중견 음반사 파스텔뮤직이 전 소속 밴드인 에피톤프로젝트와 벌인 음원 무단 사용 손해배상 소송이 사실상 승소했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3일 파스텔뮤직이 가수 겸 작곡가인 차세정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파스텔뮤직은 2014년 8월 차씨와 전속계약을 맺고 5장의 음반을 제작했다. 차씨가 제작한 콘텐츠에 대해 회사는 음반 제작자로서 권리를, 차씨는 저작권·실연권을 갖는 내용의 계약이었다. 이후 파스텔뮤직은 2016년 11월 NHN벅스에 차씨의 음원이 포함된 음원 사용권(마스터권) 양도 계약을 체결했다.
파스텔뮤직은 차씨가 계약을 해지한 뒤 음반사가 보관 중이던 악기 연주가 녹음된 음원(MR) 파일을 사용하자 음반 제작비용 1억2,0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각기 다른 이유로 차씨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은 MR 복제권이 음반제작자로서의 권리에 포함되지만 NHN벅스에 해당 권리를 양도했다며 차씨에게 배상을 요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2심은 NHN벅스에 양도한 권리는 완성 음원에 한정된다며 차씨가 실제 관현악 연주자들을 고용해 연주한 만큼 MR파일 사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차씨가 MR파일에 수록된 음악저작물의 저작재산권자이기는 하지만 MR파일의 음반제작자로서 저작인접권자인 원고의 허락 없이 음반을 복제한 이상 MR파일에 대한 원고의 복제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차씨가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복제함으로써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한민구 기자 1min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