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역대 최장인 총 15년 2개월간 집권해온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실각하게 됐다.
2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반(反)네타냐후' 연립정부 구성을 주도한 중도 정당 예시 아티드의 야이르 라피드 대표는 “연정 구성에 성공한 사실을 알리게 돼 영광”이라며 레우벤 리블린 대통령에게 연정 구성 합의안을 보냈다. 앞으로 일주일 이내에 실시될 의회 신임 투표 절차만 거치면 이스라엘 역사상 처음으로 좌파와 중도·극우·아랍계 등 정치 성향을 망라한 연정이 출범하게 된다. 총 9개 정당으로 구성된 이른바 ‘무지개 연정’은 의회 120석 중 68석을 차지하고 있어 출범이 확실하다.
이로써 지난 1996~1999년, 2009년 3월부터 지금까지 총 15년 2개월간 집권한 네타냐후 총리는 물러나게 됐다. 네타냐후 총리 비서실장이었던 극우 민족주의 정당 야미나의 나프탈리 베네트 대표의 배신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직격탄이 됐다. 수뢰와 배임·사기 등 부패 혐의로 재판 중인 네타냐후 총리가 형사 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커졌다. 이미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해 5월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형사 법정에 서기도 했다.
새 연정의 임기 전반부 2년은 베네트 대표가 총리직을, 라피드 대표가 외무장관직을 수행한다. 후반부 2년은 두 사람의 역할이 바뀐다. 국방장관은 네타냐후 연정에서 국방부를 맡아온 베니 간츠 청백당 대표가 계속 담당한다.
연정 합의 소식에 반네타냐후 시위대는 길거리로 나와 환호했다. 하지만 무지개 연정이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벌써 나온다. 이들은 반네타냐후를 유일한 공통점으로 가졌을 뿐 팔레스타인 사태 등 주요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지난 2년 반 동안 연정 구성에 실패해 총선을 네 번이나 치렀는데 이는 곧 무지개 연정의 앞날도 순탄치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뉴욕타임스(NYT)는 “베네트 대표가 총리직을 수행하려면 아랍계 정당의 지지를 유지해야 한다”며 “새 연립정부는 팔레스타인 문제 등 논쟁적인 사안보다 코로나19 이후 경제 복원과 인프라 개선 같은 정책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