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3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첫 간담회 자리에서 ‘조국 사태’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해 쓴소리를 내놓지 않았다. 4·7 재보궐선거 패배 직후 ‘조국 반성문’까지 써가며 초선들이 당 쇄신의 목소리를 높여 주선된 자리였지만 간담회에서는 덕담만 오갔다. 야당인 국민의힘에서는 ‘0선’ 이준석 후보가 세대교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데 반해 여당에서는 “뜬금없는 문비어천가만 들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 초선 의원 68인은 이날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첫 간담회를 가졌다. 청와대는 그간 총선 후 초선 의원들을 불러 간담회를 개최해왔지만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간담회가 열리지 못했다. 행사는 청와대 영빈관에서 1시간 30분가량 이어졌고 초선 의원 10명이 대표로 발언한 뒤 문 대통령이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초선 의원들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개혁안 △소상공인 손실보상제 △백신 휴가 △청년 주거 대책 등 현안에 대한 의견을 냈다.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의 운영위원장인 고영인 의원은 “청년들의 공정과 주거 안정, 그리고 고용 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실직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긴급 지원책을 대통령께 요청드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간담회에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간담회에서는 의원 10명이 각 2분 내외로 자유 발언을 했다. 청와대가 발언 시간을 2분 안팎으로 조절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68명의 의원들이 줄 서서 한 명씩 대통령과 사진을 찍는 데 20여 분이 걸렸다.
4·7 재보궐선거의 패인으로 꼽히는 ‘조국 사태’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쓴소리는 없었다. 고 의원은 간담회 결과를 국회에서 브리핑하며 “대통령에게 (조국 사태에 대해) 질문할 필요를 못 느꼈다”고 밝혔다. 이는 4·7 재보궐선거 직후 2030 의원들이 ‘조국 사태’에 대한 반성의 뜻을 전달한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문 대통령과 초선 의원의 간담회 자리 역시 이 같은 쇄신 목소리가 분출하던 중 성사됐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우리가 성과를 낸 부분도 많이 있는데 내로남불, 위선, 오만 프레임에 갇혀 잘 보이지 않는다”며 “부정적 프레임이 성과를 덮어버리는 문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내놓았다. 한 참석자는 “잘한 것도 많으니 초선 의원들이 자신감을 가지라는 뜻으로 이해했다”고 전했다. 반면 다른 초선 의원은 “우리는 시민들을 만나 못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런 말씀을 하시니 인식의 차이가 많이 크다고 느꼈다”고 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68명의 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교언영색(巧言令色) 하기에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연일 급등하는 물가, 갈팡질팡하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재정 확대로 인한 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 반쪽짜리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민심을 정확하게 전달하기보다 ‘도보 다리의 영광을 재연해달라’는 뜬금없는 문비어천가가 더 크게 들렸다”고 쏘아붙였다.
정치평론가들은 문 대통령이 임기 말에도 40%에 가까운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어 초선 의원들이 소신 발언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대통령 지지율이 민주당 지지율보다 높아 당이 힘을 쓸 수가 없다”며 “거꾸로 된다면 여러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이준석 후보는 ‘탄핵을 부정하면 안 된다’ ‘부정선거는 말도 안 된다’고 선을 긋고 주류 보수에게 쓴소리를 하며 콘텐츠를 축적해왔는데 여당의 2030 의원들은 그런 축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허세민 기자 semin@sedaily.com, 김인엽 기자 inside@sedaily.com, 주재현 기자 jooj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