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1심 재판 과정을 통해 재구성된 내용으로, 대법원 판결을 통해 확정된 사실이 아님을 밝힙니다.
‘해보라고 했지, 안하면 내가 죽인다 했냐?’
‘돈 도로 내놔 ○○이 초대할게’
30대 초반인 A씨는 20대 초반인 B씨와 고향 선·후배 사이였다. A씨는 소위 ‘일진’이었고, 고등학생 시절 동창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B씨를 후배들을 데리고 도와줬다. B씨는 A씨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면서도 A씨가 무서웠다. A씨는 B씨를 도와준 것을 빌미로 삼아 B씨를 협박해 돈을 뜯어내기로 마음 먹었다.
군대에 있던 B씨에게 어느 날 전화가 왔다. A씨였다. A씨는 집 이사 계약금을 도박으로 날렸으니 이사 비용으로 100만원만 빌려 달라고 말했다. B씨가 거부하자 A씨는 “네 명의로 된 유심칩을 가지고 일을 벌이겠다”고 협박했다. B씨는 100만원을 보냈다.
그 때부터 2달 간 A씨는 B씨에게 다양한 수법으로 1,000만원 가량을 받아냈다.
사흘 뒤 A씨는 또 B씨에게 전화를 걸어 30만원을 요구했다. B씨가 어떻게 구하냐며 거절하자 A씨는 ‘사람 열받게 하는데 재능있다’며 ‘○○이 초대할게’라고 협박했다. A씨는 다양한 방식으로 협박했다.
‘안하면 내가 죽인다 햇냐’, ‘너 앞까지 찾아 간다’,‘니 아버지한테 전화한다’ 등 계속해서 돈을 받아낼 때까지 B씨를 괴롭혔다. A씨의 협박에 B씨의 군 생활은 마비됐다. 그렇게 여러 번에 걸쳐 177여 만원을 받아냈다.
휴가 나온 B씨에게 어김없이 A씨는 ‘폰깡’을 하라고 협박했다. A씨의 이어지는 협박에 B씨는 191만원 가량의 최신 휴대폰을 개통하고, 곧바로 중고로 팔았다. 받은 현금 140만원은 즉시 A씨에게 보냈다.
A씨는 여기에 B씨가 원래 사용하던 핸드폰에 유심칩을 넣어 소액결제를 남발했다. 266만원 가량을 미납했고, 미납액은 고스란히 B씨가 내야할 몫이 됐다. 비슷한 수법으로 A씨는 361만원을 추가로 받아냈다.
마지막엔 A씨는 교통 사고를 빌미로 20만원을 뜯어냈다.'앞으로 받을 돈이 중요하니, 20만원이 중요하니'라며 이미 빌린 돈을 안 갚을 것처럼 이야기 하며 B씨에게 돈을 받아냈다. 총 1,034여 만원을 뜯긴 B씨는 더 이상 참기 어려웠다. A씨는 그렇게 재판에 넘겨졌다
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김준혁 판사는 최근 공갈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김 판사는 “범행 횟수가 다수이고 갈취금액도 적지 않은 점, 피해자에 대한 협박의 정도가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만 피해를 변제하고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며 양형의 이유를 밝혔다.
/구아모 기자 amo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