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훙멍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 발표 석 달 후인 지난 2019년 8월 9일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전략을 발표한다. 안드로이드를 대체하는 자체 운영체제(OS) ‘훙멍(鴻蒙)’을 개발해 자사 기기에 탑재한다는 내용이었다. 미국의 제재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선언임과 동시에 글로벌 OS 시장의 변혁을 예고하는 전략이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훙멍의 점유율이 오는 2024년 8.7%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훙멍은 고대 중국 신화에서 ‘우주 생성 이전의 상태’를 뜻한다. 화웨이는 훙멍을 독자 개발했으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영문 명칭을 ‘하모니(Harmony)’로 정했다. 야심찬 계획과 달리 시장은 여의치 않았다. 미국의 제재로 지난해 이후 출시한 신형 스마트폰부터 온전한 기능의 구글 서비스를 탑재하지 못하자 동남아 등에서 외면 받았다. 지난해 2·4분기 20%대였던 화웨이의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은 올 1분기 4%대로 추락했다. 지난달 모바일 OS 점유율은 안드로이드 72.7%, iOS 26.5%로 화웨이는 존재감을 찾기 힘들다. 훙멍은 최근까지 스마트TV 등에 제한적으로 탑재돼왔다.



절치부심한 화웨이는 자사 스마트폰과 주변 기기에 광범위하게 탑재할 OS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훙멍을 스마트폰과 각종 사물인터넷(IoT) 기기의 범용 OS로 가능하도록 하는 등 ‘훙멍 동맹’을 만들어나갔다. 백색 가전업체 메이디, 드론 1위 DJI, 스마트폰업체 메이주, 중소 자동차업체들이 이 동맹에 가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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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가 최근 안드로이드와의 완전 결별을 선언하고 자사 스마트폰에 탑재할 ‘훙멍2’를 공식 출시하며 독자 생태계 구축을 선포했다. 미중 간 기술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화웨이는 연내에 자사 모바일 기기를 포함해 총 3억 대에 훙멍을 탑재할 계획이다. 마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일 화웨이 등 59개 중국 기업에 대해 미국인의 투자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우리는 격화되는 미중 패권 전쟁 속에서 생존 전략을 정교하게 마련해야 한다.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한미 관계도 안보·경제를 넘어 ‘기술 동맹’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할 때다.

/김영기 논설위원


김영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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