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단행된 검사장급 물갈이 인사 이후 검찰 간부들의 줄사표 조짐이 보이고 있다. 검사장 승진 인사가 공개된 지 사흘 만에 중간 간부 2명이 사직 의사를 밝혔다. 법무부의 검찰 직제 개편은 물론 차·부장 등 중간 간부 인사까지 예정된 만큼 검사들의 사표 행렬이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문한(사법연수원 27기) 법무연수원 진천본원 총괄교수는 7일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검찰을 떠나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할 때가 됐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연수원 동기인 강지식 서울고검 송무부장도 이날 내부망에 사직 인사를 전했다. 이번 검사장 인사는 연수원 27기에게 마지막 검사장 승진 기회로 꼽혔다. 실제로 앞선 인사에서 검사장 자리에 오른 10명 가운데 9명이 28~29기였다. 27기는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으로 임명된 주영환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장이 유일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두 사람의 사의 표명을 두고 이제 시작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예고된 직제 개편과 함께 중간급 간부 인사까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변화가 큰 만큼 이탈자도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 인사 때 강등·좌천된 간부들이 옷을 벗을 가능성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인사 탈락은 물론 이른바 박범계표 조직 변화·인사에 대한 반발이 사직이라는 형태로 구체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날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총장의 의견을 경청하겠지만 직접 수사 범위에 관해 인권 보호나 사법 통제가 자칫 훼손될 수 있는 정도로 수용하기 어렵다”며 일부 선을 그은 점도 앞으로 검찰 내 반발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박 장관은 앞선 인사에 대한 법조계 안팎의 비판을 의식한 듯 “공사가 분명히 구분된 인사다. 사적인 것은 단 1g도 고려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욱이 친(親)정부 인사를 수사 길목마다 배치한 점도 인사에 따른 후폭풍이 커질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청와대 등 윗선을 겨냥한 수사가 지연되는 등 장기간 표류하면서 일선 수사팀과 수사 지휘 라인의 마찰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다. 법무부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 금지 의혹, 청와대 기획 사정 의혹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과 서울중앙지검 수장에 친정부 검사로 꼽히는 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을 각각 임명했다. 수원지검 수사팀은 출금 과정을 주도한 의혹을 받는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재판에 넘기기로 방침을 정했으나 대검은 아직 판단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수사 중인 청와대발 기획 사정 의혹 수사도 막바지 단계에 이른 상태다.
검찰 사정에 밝은 법조계 한 관계자는 “현 정부 핵심 권력층에 사정 칼날을 드리운 차·부장검사의 경우 중간 간부 인사에서 좌천되거나 한직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라며 “보복식 인사와 더불어 수사마저 뭉개기로 간다면 릴레이 사직 등 검찰 내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현덕 기자 alwa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