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경매사 케이옥션은 오는 2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사에서 여는 6월 경매에 김환기의 점화를 비롯해 총 154점, 약 135억 원 어치의 작품이 출품된다고 10일 밝혔다. 한국 1세대 여성화가요, 최근 이건희 컬렉션에 포함돼 눈길을 끈 ‘낙원’(1937)의 작가 백남순의 또 다른 작품도 경매에 나온다.
이번 경매 최고가 작품은 김환기의 뉴욕시대 점화 작품인 ‘4-XI-69 #132’(1969)로 추정가 15억~18억원이다. 1963년 이후 뉴욕에 정착한 김환기는 예술 세계의 정수를 보여주는 점화 양식의 추상회화를 발전시킨다. 이번 출품작은 1970년 전면점화가 나타나기 바로 전인 1969년 제작된 것으로 기하학적 추상을 거쳐 전면점화로 이행하는 시기의 작품이다. 순수한 색점으로 표현된 이 그림은 하늘에 촘촘히 박힌 수많은 별이나 도시의 야경을 연상시키는 전면점화를 예고한다. 유화의 번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캔버스를 사용하지 않고, 흡수성이 강한 코튼을 바탕 면으로 선택했다. 뉴욕시대의 십자구도 작품인 ‘무제’(1969)도 새 주인을 찾는다. 두 개의 중심 선이 교차하는 중앙을 기점으로 타원의 색면이 자리 잡고 있으며 화면 상단에 음악이 흐르는 듯한 여유로운 색점의 나열이 화면에 수평으로 자리잡고 있어 점화가 나오기까지 끊임없는 조형적 실험과 방법을 살펴볼 수 있는 작품이다. 추정가는 7억~9억원이다.
이번 경매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이중섭의 스승으로도 알려진 한국 1세대 여성화가 백남순(1904~1994)의 작품이다. 백남순은 한국 여성 최초로 파리로 유학을 떠나 프랑스미술가전람회에 입선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친 인물이지만, 해방 이전 작품은 6.25전쟁 중 분실해 남아 있는 작품은 거의 없다. 최근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에 백남순의 ‘낙원’(1937)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이번 경매에는 백남순이 1983년 그린 ‘한 알의 밀알’(추정가 800만~4,000만원)이 나왔다. 독실한 가톨릭 신앙심을 담은 이 작품은 1992년 국립현대미술관 ‘원로작가 회화전’에 출품되기도 했다.
백남순이 화가의 길로 이끈 이중섭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는데 1954년작 ‘물고기와 석류와 가족’(추정가 6억5,000만~15억원)와 1950년대 그린 은지화 ‘가족과 동네 아이들’(7,000만~1억2,000만원)이 경매에 오른다.
정상화의 작품도 5점 출품됐다. 1996년작으로 화면을 푸른색으로 가득 메운 200호 작품 ‘무제 96-5-14’(추정가 12억~15억), 백색과 푸른 색의 오묘한 그라데이션이 돋보이는 1987년작 ‘무제 87-12-B’(추정가 5억~6억5,000만 원)등을 선보인다. 이 밖에도 박서보, 김창열, 유영국, 로버트 인디애나, 호안 미로, 요시토모 나라 등의 작품이 새 주인과 만날 예정이다.
경매 출품작은 12일부터 경매가 열리는 23일까지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관람할 수 있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