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서울시가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재개발 조합원 지위 취득을 규제하는 시점을 앞당기기로 한 가운데 시장의 혼선이 커지고 있다. 새 규제 골자는 재건축은 안전진단 통과 이후부터, 재개발은 정비구역 지정 이후부터 기준일을 별도로 정해 이 시점 이후의 매매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집값 안정을 위해 도입한 조치라지만 시장에서는 재산권 침해, 사업 지연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소급 적용’이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는 소급 적용은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지만 개별 단지에 대해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시점을 다르게 설정할 수 있는 만큼 이미 안전진단을 통과한 다수의 재건축 단지가 새 규제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높다.
10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새로운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 시행되면 시도지사가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은 안전진단 통과 이후, 재개발은 정비구역 지정 이후부터 별도의 기준일을 정해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 현재 재건축은 조합설립 인가 이후부터, 재개발은 관리처분 인가 이후 단계부터 조합윈 지위 양도가 제한된다.
문제는 이미 안전진단을 통과하고 조합설립 인가 전인 재건축 단지다. 서울시에 따르면 안전진단 통과 전 재건축 단지는 6곳에 불과하다. 안전진단 통과 후 조합설립 인가 전 재건축 단지는 46곳에 이른다. 재개발에서도 정비구역 지정을 마치고 관리처분 전 단계 구역이 145곳에 달한다. 즉 재건축 46곳과 재개발 145곳은 이미 안전진단(재건축)과 정비구역 지정(재개발) 절차를 마친 것으로, 이들 단지에도 새 기준이 적용되는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이에 대해 국토부와 서울시는 소급 적용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개별 단지마다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기준일을 다르게 설정할 수 있는 만큼 사실상 소급 적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시점을 특정하게 정해놓는 것은 아니고 현장마다 개별 적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도 “기준일 설정은 도계위 심의를 거쳐 이뤄지는데 이를 일괄적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동별로, 단지별로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도정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세부 방안이 정해지겠지만 이미 안전진단이나 정비구역 지정을 마쳤더라도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재건축 단지의 경우 안전진단 통과 단계를 지났다고 하더라도 해당 단지의 가격이 급등해 제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추진위 단계나 정비구역 지정 단계에서도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시점을) 설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은마, 잠실주공5, 여의도 시범, 한남 뉴타운 등도 적용이 된다.
이 같은 방침에 대해 시장에서는 ‘풍선 효과’라는 또 다른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같은 재건축 사업 단계라고 하더라도 어떤 단지는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되고 어떤 단지는 허용되면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단지로 수요가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애매한 규제는 부작용만 더 키울 수 있다”며 “규제지역을 지정하면 다른 곳으로 수요가 옮겨가는 풍선 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양지윤 기자 yang@sedaily.com,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