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8일 반도체와 자동차용 배터리, 희토류, 제약 등 4개 분야에서 자족적 공급망을 확보한다는 중장기 전략을 발표했다. 미 행정부는 ‘무역 기동타격대’까지 만들어 중국의 불공정 행위를 응징하겠다는 결기를 보였다. 미 상원도 이에 발맞춰 반도체 등 첨단 산업에 2,500억 달러(약 280조 원)를 투자하는 ‘혁신경쟁법’을 가결했다.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산업 지원책을 담은 이 법안은 중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산업 기술을 집중 지원해 국익을 지키겠다는 신질서의 청사진을 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기술 굴기에 맞서 한국 등을 핵심 파트너로 삼아 ‘경제·기술 동맹’을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백악관이 발표한 250쪽의 보고서에서 한국은 74차례, 일본과 대만은 각각 80여 차례 적시됐다. 삼성과 LG·SK 등 우리 기업의 이름까지 여러 번 등장한다. 그러면서 중국을 400여 차례나 거론해 동맹과 견제 대상 국가를 명확히 구분했다. 한국 정부와 기업에 ‘6·25전쟁 당시 피와 땀을 함께 흘린 미국과 협력하자’고 강력히 주문한 셈이다.
11일부터 영국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는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첨단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한 공동 감시 체계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늑대 외교’에 나선 중국에 맞서 민주주의와 인권 등을 기반으로 한 전통적 동맹 구도를 복원하겠다는 구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G7 회의에 특별 초청한 것도 ‘반중(反中) 민주주의 동맹’에 적극 참여하라는 주문일 것이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달 정상회담에서 “한미 동맹의 새로운 장을 연다”면서 안보를 넘어 경제·기술에서도 공조하기로 다짐했다. 이제는 미중 사이의 줄타기 외교를 끝내고 민주주의와 자유 시장 경제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 편에 확실히 서야 할 때다.
/논설위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