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동향

취소되고 줄어들고 연기되고…127만가구 공급 '흔들'

[혼돈의 주택 공급대책]

정부·서울시 협력 발표 하루만에

용산·마포도 "주민의사 무시" 반발

일방통행식에 '8·4 대책' 등 차질

시장선 "민간 규제 완화 속도내야"

노형욱(오른쪽)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택정책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국토부노형욱(오른쪽)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택정책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국토부




정부와 서울시가 9일 주택 공급과 관련해 협력한다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정부가 목표로 한 오는 2025년까지 수도권 127만 가구 공급이 통째로 흔들리고 있다. 과천청사에 이어 노원 태릉골프장(당초 1만 가구 계획) 부지도 공급 규모 축소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이 아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협력 입장이 발표된 지 하루 만에 용산과 마포 주민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수도권에 11만 가구를 짓기로 한 신규 공공택지 발표도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연기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일방통행식 공급 대책이 과천청사 개발 취소로 연결됐고 다른 지역에서도 ‘과천은 되는데 우리는 왜 안 되냐’며 반발하면서 더욱 문제가 꼬이고 있다고 말한다.



◇정부·서울시 협의 소식에…더 거세진 지역 반발=노형욱 국토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9일 만나 공급 대책 지원 등 정부의 주택 정책 전반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 지 하루도 되지 않아 각지에서 거센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는 간담회 후 태릉골프장과 용산 캠프킴, 서부면허시험장, 상암DMC 미매각 부지 등 지방자치단체·주민 반발이 터져 나온 지역의 주택 공급 추진 상황과 관련해 “당초 협의한 대로 적극 추진할 예정”이라며 “다른 요인에 대해 사업이 중단되거나 사업을 포기하는 일은 없다”고 ‘원안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이 같은 협의 내용이 알려진 뒤 해당 지역 주민들은 집단행동을 예고하는 등 더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태릉골프장 개발에 반대하는 노원구 주민들은 “주민이 반대하는 태릉골프장 주택공급 계획을 강행하겠다는 것”이라며 12일 오후 노원 롯데백화점 앞에서 반대 집회를 열기로 했다. 노원구 일부 주민은 오승록 노원구청장에 대한 주민소환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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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DMC 부지가 위치한 마포구 주민들도 사실 확인에 나서는 등 당황한 기색이다. 상암동의 한 주민은 “지역구 시의원을 통해 서울시에 확인한 결과 간담회에서 상암DMC 부지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한다”며 “상암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한 채 진행한다면 집회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검토해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캠프킴과 용산정비창 등 추진에 반발하는 용산구 주민들도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공공재건축 고작 5곳…127만 가구 흔들=앞서 정부는 ‘8·4 공급 대책’ ‘3기 신도시’ ‘5·6 공급 대책’ 등을 통해 수도권에 127만 가구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이 안에는 과천청사 부지는 물론 태릉골프장, 마포 상암 일대 부지 등도 다 포함돼 있다.

하지만 서울 택지 공급은 주민과 지자체 반발로 사실상 축소되거나 사업이 진행되더라도 지연되는 모양새다. 여기에 별도로 11만 가구를 짓는 데 필요한 공공택지 발표도 하반기로 연기했다. 정비 사업을 통한 공급도 반쪽으로 전락하고 있다. 공공재개발은 속도를 내고 있지만 공공재건축은 제자리걸음이다. 공공재건축의 경우 용산구 등 5곳에서 2,200여 가구를 선보인다는 계획만 발표됐다. 이미 많은 물량이 위기에 처한 상태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발표 당시 호언장담에 비해 공공이 끌고 가는 현장이나 민간과 함께 하려는 사업 모두 제대로 활성화되는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다”며 “사실상 정부에 적극적인 협조를 기대하기 어려운 서울시에 ‘SOS’를 보내야 할 정도로 정부의 공급 대책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공급 물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민간 분야 규제 완화가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한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


진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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