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의료법 위반’ 절반이 무혐의…과실 입증은 하늘의 별 따기

의료사고 나도 증거 확보 어려워

정식 재판은 100건중 5건 그쳐

"수술실 CCTV 의무화 필수" 지적





#.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A 씨는 2015년 어깨 수술을 받으러 온 70대 환자에게 전신 마취를 실시한 뒤 마취가 제대로 되지 않자 목 부분에 추가로 국소 마취제를 투여했다. 수술을 받던 환자는 이후 급격히 상태가 악화돼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로 후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A 씨는 환자를 이송하는 과정에서 심폐소생술과 앰부배깅 등의 응급조치를 뒤늦게 했다. 하지만 환자가 사망하자 해당 조치를 제때 취했다고 서류를 조작했다. A 씨는 업무상 과실치사와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벌금 700만 원을 받았다. 검찰이 전문의 감정자료와 마취약제의 용량·배합이 환자의 사망에 이른 과정들을 어렵게 입증한 결과 법원은 2심에서 이례적으로 A 씨에게 금고 8개월을 추가했다.






의료 사고를 입증하기 위한 검찰의 수사 역량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최근 5년 새 의료법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의자의 절반은 여전히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의료 현장의 특성상 피해자와 수사당국이 의료진의 과실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13일 서울경제가 대검찰청으로부터 입수한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의료법 위반 사건 처리 현황에 따르면 의료법 위반 사건의 절반가량이 과실을 입증하지 못해 불기소 처분됐다. 특히 정식 재판에 넘겨지는 것은 매년 전체 사건 중 5%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의료법 제정의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관련기사



의료법은 의료 행위 전반을 규율하는 기본법이다. 요양급여 부정 수급· 사무장 병원 운영 등 행정적인 문제는 물론 수술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이다. 의료 사고와 관련해 가장 대표적인 조항은 의료법 제27조 2항으로 ‘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의료법 제40조 3항에서는 ‘진료기록보관시스템에 보관된 정보를 훼손·위조’할 경우 처벌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의료 사고의 경우 의학적인 전문지식이 필요하고 증거 확보가 쉽지 않아 혐의 입증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의료진이 증거를 은폐하거나 조작했더라도 이를 제때 적발하기 어렵고 의료 사고임을 입증하려 해도 전문성 부족 등으로 현실적인 한계가 뒤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의료 사건은 결정적인 자료가 의료기관에 치우쳐 있기 때문에 피해자 입장에서 의료진의 과실을 입증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며 “대법원 판례에서 피해자의 입증 책임을 완화하는 식으로 법리가 발달되고 있지만 여전히 피해자가 피해를 구제하는 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수술실 CCTV 설치가 의료 사고를 입증하기 위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도 ‘수술실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 관련 의료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위해 공청회를 여는 등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주요 의료단체가 반대 의견을 내면서 국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안기종 한국환자연합회 대표는 “의료 사고를 입증할 수 있는 정보와 자료의 비대칭성이 가장 큰 문제”라며 “특히 수술실은 외부와 철저히 차단돼있고 의료기관에만 관련 정보가 있기에 CCTV 설치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아모 기자 amo9@sedaily.com


구아모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