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크 조코비치(1위·세르비아)가 프랑스 오픈 테니스 대회 우승을 거머쥐며 남자 테니스 사상 최초의 ‘골든 그랜드슬램’ 달성 전망을 밝혔다.
조코비치는 14일(한국 시간)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끝난 대회 단식 결승에서 스테파노스 치치파스(5위·그리스)를 상대로 3 대 2(6 대 7<6 대 8> 2 대 6 6 대 3 6 대 2 6 대 4) 역전승을 거뒀다. 지난 2월 호주 오픈에 이어 올해 열린 두 차례 메이저 대회 트로피를 모두 가져간 조코비치는 이로써 통산 메이저 승수를 19회로 늘려 로저 페더러(8위·스위스)와 라파엘 나달(3위·스페인)의 20승을 바짝 추격했다.
특히 조코비치는 4대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2회 이상씩 우승하는 진기록도 남겼다. 이는 로이 에머슨(1967년)과 로드 레이버(1969년·이상 호주)에 이어 세 번째 기록이지만 프로 선수들의 메이저 대회 출전이 허용된 1968년 이후로는 조코비치가 처음이다. 그는 호주 오픈에서 9회, 윔블던에서 5회 정상에 올랐고 US 오픈 3회, 프랑스 오픈 2회 정상에 올랐다.
2월 호주 오픈 제패에 이어 올해 열린 2개 메이저 트로피를 모두 가져간 조코비치는 골든 그랜드슬램 전망에 청신호를 켰다. 클레이코트에서 열리는 프랑스 오픈 우승으로 한 해에 4대 메이저를 휩쓰는 캘린더 그랜드슬램의 최대 고비를 넘긴 그는 다음 달 개최되는 도쿄 올림픽 금메달까지 더한 골든 그랜드슬램에도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조코비치는 우선 오는 28일 개막하는 윔블던에서 3연패를 노린다. 이어지는 올림픽과 US 오픈은 조코비치가 강한 하드코트에서 치러진다.
남자 테니스에서 골든 그랜드슬램은 아무도 밟지 못한 고지다. 한 해 4대 메이저 석권은 1938년 돈 버지(미국), 1962년과 1969년 레이버 등 세 차례 나온 적이 있지만 당시는 테니스가 올림픽 정식 종목이 아니었다. 여자 단식에서는 슈테피 그라프(독일)가 1988년에 4대 메이저와 서울 올림픽까지 휩쓸어 골든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이날 조코비치는 첫 세트를 타이브레이크 끝에 치치파스에게 빼앗긴 뒤 2세트도 2 대 6으로 힘없이 내주며 고전했다. 하지만 3세트를 6 대 3으로 따내며 분위기를 바꾼 뒤 승부를 뒤집는 저력을 과시했다. 조코비치보다 열한 살 어린 치치파스(22세 305일)는 생애 첫 메이저 우승 문턱에서 돌아섰으나 차세대 주자로서 가능성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