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그런 얘기까진 머리가 아파" 끝까지 혼자였던 '성추행 피해' 女중사의 생전 육성

지난 2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영안실에 안치된 고(故) 이 모 중사의 주검 앞에 영정사진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지난 2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영안실에 안치된 고(故) 이 모 중사의 주검 앞에 영정사진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선임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여성 부사관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 공군의 엉터리 수사와 부실 대응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고(故) 이모 중사가 아버지에게 불안감과 답답함을 호소했던 생전 육성이 공개됐다.



14일 유족 측이 연합뉴스에 전달한 통화녹취 내용을 보면 이 중사는 지난달 7일 아버지와 통화에서 국선변호사가 '영외 전화번호'조차 알려주지 않는다면서 답답함을 토로했다.

통화는 이 중사가 성추행을 당했다며 피해를 신고한 뒤 두 달간의 청원휴가를 마치고 자가격리 중일 당시 이뤄졌다. 군사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은 군검찰이 이 중사의 청원휴가 및 격리기간을 고려해 피해자 조사 일정을 조율하던 시점이다.

그러면서 이 중사는 '(국선변호사가) 결혼한다고 정신이 딴 데 가 있구먼'이라며 달래는 아버지의 말에 "그러니까"라고 답한 뒤 "이번에 (국선변호사를) 바꿔 달라고 하려고 한다"고 했다.

아울러 이 중사는 사건 초기부터 상담을 담당했던 부대 내 성고충상담관의 도움을 받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장 모 중사가 지난 2일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 압송됐다. 사진은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 들어가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들어가는 모습./사진 제공=국방부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장 모 중사가 지난 2일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 압송됐다. 사진은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 들어가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들어가는 모습./사진 제공=국방부



이 중사는 '상담관이 국선변호사를 바꿔 달라고 해도 된다느냐'는 아버지의 질문을 받고 "지금 군내에 있던 상담관도 수술한다고 병가를 내서 없다"면서 "내가 지금 요청할 수 있는 건 계속 상담받던 서산 시내 (민간) 상담관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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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덧붙여 이 중사는 '상담관은 언제 오느냐'는 아버지의 이어진 질문에는 "안 올 것 같은데…"라며 "22일 뒤에 온다는데, 오면 한참 뒤인데 뭘"이라고 답했다.

통화에서는 군검찰 피해자 조사를 앞둔 이 중사의 걱정도 담겼다. 이 중사는 아버지가 '군검사는 가해자 잘못을 끄집어내는 사람이고, 너는 피해자니, 예민해 하지 않아도 된다'고 안심시키며 '검사라는 그런 것 때문에 조사받는 게 신경 쓰이냐'고 묻자 "응"이라고 답했다.

또 이 중사는 아버지가 피해자 조사 시 국선변호사 배석 문제 등을 묻자 "지금은 그런 얘기까진 머리가 아프다"고 지친 기색을 드러냈다.

지난 1일 공군과 유족 측에 따르면 충남 서산 공군 20전투비행단 소속 여성 부사관 이 중사는 올 3월 선임 부사관 장 중사의 압박에 회식에 참석했다가, 귀가하는 차량에서 성추행을 당했다.

이 중사가 피해 사실을 밝혔지만 오히려 조직적 회유를 받는 등 피해자 보호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 중사는 전출을 요청해 근무지를 옮겼지만 지난달 22일 숨진 채 발견됐다.

/김경훈 기자 styxx@sedaily.com


김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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