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이후 사실상 제로금리 상황이 1년가량 지속되면서 공모주와 가상자산 투자 열풍 등에 시중 유동성이 급증하며 지난 4월 3,360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동성이 한 달 만에 50조 원 넘게 늘어난 것은 사상 처음일 만큼 시중에 돈이 넘쳐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은 4월 광의 통화량(M2 기준)이 3,363조 7,000억 원으로 전달 대비 50조 6,000억 원(1.5%) 증가했다고 15일 밝혔다. 통화량 증가 규모는 지난 2002년 관련 통계가 편제된 후 가장 크다. 증가율 기준으로도 2009년 2월(2.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시중 유동성을 보여주는 M2에는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 예금(이상 M1)에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정기예적금, 양도성예금증서(CD), 환매조건부채권(RP) 등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 금융 상품이 포함된다.
M2 증가세는 지난해 기준금리가 두 차례에 걸쳐 0.75%포인트 떨어진 0.50%로 낮아지면서 높은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 들어서도 M2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4개월 연속 10%대를 기록하고 있다. 4월 증가율은 11.4%로 3월(11.0%)보다 확대됐을 뿐 아니라 2009년 2월(11.4) 이후 12년 2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경제주체별로는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유동성이 한 달 만에 9조 9,000억 원 증가했다. 주택 자금 대출 관련 자금 수요가 여전한 가운데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공모주 청약 관련 자금 수요가 증가하면서 크게 늘었다는 설명이다. SKIET 청약증거금에만 80조 9,000억 원이 몰린 바 있다. 여기에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투자를 위한 대출도 이뤄지면서 유동성을 한껏 끌어올렸다.
기업 유동성은 전월 대비 15조 7,000억 원 늘었는데 이는 중소기업들에 대한 정책금융기관의 금융 지원에 따른 자금 유입이 이뤄진 영향이다. 증권회사 등 기타 금융기관은 공모주 청약 자금 유입으로 유동성이 16조 9,000억 원 늘었다.
금융 상품별로는 가계 부문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에 의한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이 20조 4,000억 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협의통화(M1)도 1,258조 4,000억 원으로 전월 대비 2.3% 늘었다. 시중 자금의 단기 부동화(浮動化)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양상이다. 여기에 MMF가 9조 8,000억 원, 2년 미만 금전신탁이 9조 3,000억 원 증가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