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이 창당 100주년을 앞두고 중국 과거사의 미화·왜곡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 보도했다.
이날 기사에서 WSJ이 사례로 든 것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지시를 받은 중국역사연구원의 마오쩌둥 장남 마오안잉에 대한 미화 작업이다. 그는 한국전쟁 때 참전해 유엔군의 폭격으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3년 출판된 한 중공군 출신 장교의 비망록에 따르면 마오안잉은 막사에서 계란 볶음밥을 만들다가 위치가 노출돼 폭사했다. 방공수칙을 어기고 불을 피운 탓에 연기가 연합군 폭격기의 눈에 띄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역사연구원은 지난해 11월 소셜미디어를 통해 계란 볶음밥을 만들다가 폭격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마오안잉의 죽음을 희화화는 헛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목격자들의 증언 등을 인용해 마오안닝의 위치가 알려진 것은 부대 사령부의 무전이 노출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연구원은 앞서 나온 장교의 비망록이 중국 인민해방군에서 공식 발간한 것은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 공산당의 권위를 손상시킬 내용이라면 과거 자신의 발언을 뒤집는 것도 개의치 않는다는 것이다. 또 공산당 수뇌부 비판에 대한 단속도 강화한 상태다.
중국의 사이버 감독기관인 중국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은 지난 4월 공산당 지도부나 정책에 대한 비판을 ‘역사적 허무주의’로 규정하고 인터넷에 대한 단속을 강화했다.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은 공지를 통해 “일부 저의를 품은 이들이 온라인에서 역사적 허무주의와 관련한 유해한 정보를 퍼뜨리고 당의 역사를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WSJ은 공산당의 역사나 지도부를 비판하다가 단속될 경우 법적인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자라나는 세대에 대한 이념교육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이 국가보다 더 많이 부르는 노래의 가사에는 ‘공산당이 없었다면 새로운 중국도 없었다(沒有共産黨, 沒有新中國)’이 있는데 최근 이를 경쟁하는 행사까지 만들어냈다. 올해 대학입시에서는 공산당 역사에 대한 문제가 나와 어리둥절하게 했다.
덩샤오핑의 유명한 ‘빛을 숨기고 기다려라(도광양회·韜光養晦))’와 ‘한두 사람의 명성에 국가의 운명을 거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경구는 이미 사라진 상황이다. WSJ은 “이러한 미화작업은 올해 7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의식에서 정점을 찍을 듯하다”고 전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