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거진 국군 부실급식 사태와 관련해 국방부가 급식비 인상에 이은 추가 대책을 내놓았다. 필수 인원 이외의 행정병들을 대거 조리병으로 전환해 조리업무에 1,000여명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조리업무 경감을 위해 조리로봇 등을 도입하고, 주말 등엔 즉석밥 등 간편식을 제공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는 조리 숙련 인력 부족 문제를 다른 비숙련 인력으로 돌려 막는 방식이어서 구조적인 해법이 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아울러 일부 내용은 전시적이고, 시범적 방식에 불과해 전면적인 급식 개혁을 이끌어내기엔 부실하다는 지적을 살 것으로 전망된다.
국방부는 17일 조리병 업무부담 경감대책을 발표했다. 육군과 해병대에 1,000여명의 조리병을 추가 투입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올해 후반기부터 상황·통신 등 군별 필수 인력을 제외한 행정지원인력을 적극 감축해 조리병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또한 조리 및 배식 업무 이외의 부가적인 조리병 업무부담을 덜 수 있도록 취사장 청소, 잔반처리, 후식류 지급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급식지원 도우미’ 운영을 부대별 여건과 지휘관 판단 하에 직극 시행토록 하겠다고 국방부는 소개했다.
국방부는 올해 하반기중 민간조리원을 조속히 채용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2022년에는 민간조리원 편성기준을 확대하고 조리 취약시간 대인 ‘평일 조식’에 민간조리원이 투입될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현재 80명 이상 군 취사장마다 1명씩에 불과한 민간조리원 배치 규모를 2명씩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확대 편성된 조리원의 근무시간은 각각 오전 6시~오후 3시, 오전 10시~오후 7시로 차등화된다.
현대화된 조리기구 도입도 추진된다. 야채절단기를 확대보급해 야채류의 전처리 작업을 쉽게 해주고, 2021년말까지 소규모(분·소대급) 취사장을 포함한 모든 취사장에 오븐기를 설치하겠다는 내용이다. 고압세척청소기도 지속적으로 보급해 취사장 청소업무를 지원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업해 대규모 취사장에 대해선 조리용 로봇을 시범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튀김요리처럼 체력소모가 많은 반복 업무를 로봇을 통해 자동화하겠다는 의미다. 이밖에도 주말 및 휴일엔 밥·찌개·반찬류를 완제품 형태의 간편식으로 제공하고, 시범부대를 선정해 신세대 장병들이 선호하는 간편 뷔페형 조식을 제공하는 방안이 실시된다.
국방부는 전방부대의 급식관리시스템을 현행 ‘군단급 단위’에서 ‘사단급 단위’로 개편하는 방안과 학교급식 전자조달시스템(eaT)을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중 eaT시스템은 하반기중 영양사가 배치된 부대를 선정해 시범운영하겠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eaT시스템은 학교가 급식용 식재료 공급업체를 경쟁방식의 전자조달시스템을 통해 선정·계약하는 방식이다.
이번 대책은 조리의 인력확충과 자동화, 식단 다변화라는 큰 방향에선 군 안팎에서 제기됐던 정책 제언에 부합한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대증적인 수준에 그친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조리 인력 문제는 주방 업무의 전문성과 숙련성이 떨어지는 행정 인력을 활용해 단순히 머리숫자만 늘리는 식으로 풀고 있다. 급식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실무 조리병 뿐 아니라 이를 총괄적으로 관리할 보급관리관, 급양관리관 등의 보직 전문적으로 수행할 간부인력(조리 부사관 등)이 충원돼야 하고, 여기에 더해 조리병에 대한 숙련교육이나 조리경험자 지원 인센티브 적용이 병행돼야 하는데 이번 대책에선 이 같은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장병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식단을 초래한 주요 요인으로 꼽히는 폐쇄적인 식자재 조달구조에 대해선 국방부가 전면적 개혁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미흡하다는 지적을 사게 됐다. 그나마 eaT를 단계 적용하겠다는 것도 ‘추진’이 아닌 ‘검토’ 수준이고, 해당 사업은 전면도입 및 확대가 아닌 일부 부대 시범사업에 그치고 있다. 이런 소극적 태도로는 군 급식과 관련해 밥그릇을 챙기려는 일부 농민단체, 이익단체와 여기에 편승한 일부 지역구 의원들에 휘둘려 개혁이 좌초될 우려가 있다.
조리용 로봇 도입은 4차 산업혁명 시대 흐름에 부응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이 역시 부실화될 우려가 적지 않다. 우선 국내에 조리용 로봇을 독자 개발해 상용화한 업체는 거의 찾기 어렵다. 삼성전자가 ‘삼성봇 셰프’라는 조리도우미 로봇팔을 국제전시회에 선보인 적이 있지만 아직 기술미비로 상용화에 이르지 못했다. LG전자도 주방가전 사업 등과 연계된 로봇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아직 상용화한 제품이 없다. 현재 국내에서 일부 치킨점이나 페스트푸드점 등 프랜차이즈 음식점에서 도입하고 있는 조리로봇은 대부분 수입제품이거나 일본, 중국 등의 부품 및 반제품을 국내로 들여와 단순 조립해 국산으로 둔갑시킨 가짜 국산품인 경우가 대다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부 등이 국책과제 사업 등의 일환으로 로봇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참여하는 출연연구기관들의 기술수준은 상용화에 미치지 못하고 있고, 공동참여중인 기업들은 대부분 영세하거나 인력이 부족해 독자적으로 상업화를 이루기에는 한계가 있는 상태다. 따라서 대기업과 출연연이 주도하고 중소기업이 참여하는 형태가 아닌 영세기업 주도의 군용 조리로봇사업 추진은 또 다시 중국산 부품을 대충 수입해다가 국산 기술인 것처럼 눈속임해 부실 납품하는 예산낭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민병권 기자 news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