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6월11일~17일)는 대통령의 외교 일정과 제1야당 대표의 취임 첫 일주일이 겹쳤다. 문재인 대통령은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참석과 영국·오스트리아·스페인 순방 등 6박 8일의 일정을 마치고 18일 돌아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문 대통령이 출국한 지난 11일에 신임 대표로 당선됐다. 청와대가 ‘G8 국가의 반열에 올랐다’고 자평한 문 대통령의 해외 순방과 ‘30대 당대표’의 첫 행보 중 국민의 관심이 더 집중된 곳은 어디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 대표의 일주일이 대통령의 일주일을 압도했다.
“대통령 보다 이준석이 더 궁금해”
네이버의 검색량 분석 서비스인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이 대표의 검색량이 문 대통령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문 대통령 출국일이자 이 대표 당선일인 11일의 경우 이 대표의 검색량은 100인 반면 문 대통령의 검색량은 4에 불과했다. 문 대통령의 경우 ‘G7’과 ‘순방’ 등 단어들의 검색량도 합산한 결과다. 그래프는 네이버에서 해당 검색어가 검색된 횟수를 일별로 합산하고 조회기간 내 최다 검색량을 100으로 설정한 상대적 변화를 나타낸다. 네티즌들은 대통령의 해외 출국보다 이 대표가 보수 정당의 대표로 당선된 사실을 더 궁금해 했다는 뜻이다.
검색어 ‘이준석’이 ‘문재인’ 보다 사람들의 관심을 더 많이 끌기 시작한 시점은 이 대표의 6·11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선언 직후부터였다. 구글트렌드 분석에 따르면 당 대표 도전 의사를 밝히기 전까지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라 불리며 방송 패널로 활동하던 이 대표에 대한 관심도는 문 대통령과 비교하기 민망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 대표에 대한 관심도는 4·7재보궐선거 때 상승 조짐을 보이더니 지난 5월 16~22일 주간에 골든크로스를 그리며 문 대통령을 앞질렀다. 이를 두고 ‘이준석 현상’, ‘이준석 효과’ 등 갖가지 분석과 해석이 뒤따랐다.
심기 불편한 민주당…‘정치쇼’ 공세와 언론 탓 까지
이 대표 취임 당일만 해도 “정치사에 길이 남을 일”이라고 축하를 보냈던 여권은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 대표는 13일 취임 후 처음으로 국회로 출근하면서 서울시 공유 자전거 ‘따릉이’를 이용해 ‘파격적인 장면’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관심을 모았다.
김성주 민주당 의원은 14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언론의 관심은 자전거 타고 ‘짠’ 하고 나타난 당 대표가 아니라 자전거 타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위험한 도로 환경에 쏠려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도 SNS에 “굳이 따릉이 탈 필요 없다. 복잡하게 출근할 이유가 있느냐”고 적었고 김남국 의원은 “따릉이 타고 다니면서 이미지 좋은 정치만 한다”고 말했다.
언론의 편파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18일 SNS에 “G8로 보이는 자랑스러운 우리의 위상에 대해 국내 언론에서 너무 인색하게 지면을 할애하고 있어 너무도 아쉬움이 크다”고 비판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SNS를 통해 “우리 언론은 외교에 무관심하고 둔감하다”고 꼬집었다. 친여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언론이 이준석을 띄워주니 문 대통령의 해외 순방 성과가 묻힌다”는 성토가 잇따랐다.
실제 보도량 보니…‘文 3,465건’ > ‘李 3,235건’
여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주장대로 이 대표에 대한 관심 쏠림은 언론 보도 때문이었을까. 언론진흥재단 뉴스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인 ‘빅카인즈(BIG Kinds)’를 통해 6월 11~17일까지 54개 주요 언론사의 보도량을 분석한 결과 문 대통령 관련 보도는 3,465건이었다. 이 대표 관련 보도 3,235건 보다 오히려 230건 많았다.
같은 기간 이 대표 관련 보도 중 단어 ‘따릉이’를 포함한 뉴스는 278건이었다. 반면 문 대통령 관련 보도 중 단어 ‘G7’를 포함한 뉴스는 1,125건이었다.
/김남균 기자 sou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