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미국 제재 받는 라이시, 이란 대통령 당선

대미강경파…득표율 61.9%

美, 사실상 대선결과 인정 안해

이란과 핵합의 복원 협상 암운






이란 대통령 선거에서 미국의 제재를 받는 사이드 에브라힘 라이시(61·사진) 후보가 압도적인 표 차로 당선됐다. 그러나 미국은 사실상 라이시 후보를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현지 시간) 이란 내무부는 제13대 대통령 선거에서 라이시 후보가 득표율 61.9%로 당선을 확정 지었다고 밝혔다. 범보수 성향의 모센 레자에이 후보(득표율 11.8%)와 경쟁 상대로 불린 개혁파 압돌나세르 헴마티 후보(8.4%)를 크게 앞질렀다. 다만 이번 대선의 최종 투표율은 48.8%로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가장 낮았다.



라이시 후보는 이란 내 대표적인 대미(對美) 강경파다. 최고 종교 지도자이자 보수를 대표하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최측근이다. 1988년 이란 정치범의 대규모 사형과 2009년 반정부 시위대 폭력 진압에 관여했다는 의혹으로 미국의 제재 리스트에 올라 있다. 이로써 라이시 후보는 취임 전부터 미국의 제재를 받아온 첫 이란 대통령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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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 시간) 이란 대통령선거에서 세예드 아브라힘 라이시 후보가 당선을 확정짓자 그의 지지자들이 수도 테헤란에서 환호하고 있다./AP연합뉴스19일(현지 시간) 이란 대통령선거에서 세예드 아브라힘 라이시 후보가 당선을 확정짓자 그의 지지자들이 수도 테헤란에서 환호하고 있다./AP연합뉴스


라이시 후보의 당선이 이란 핵 합의 복원 협상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이란과 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독일이 당초 2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재개하기로 했던 핵 합의 복원 협상도 잠정 연기됐다. 앞서 협상을 중재한 유럽연합(EU) 대표단은 성명을 내고 협상이 다시 열린다고 밝혔지만, 결국 불발된 것이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은 이날 “합의에 도달하기까지에는 아직 간극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관련 협상이 언제 재개될지 현재로서는 불확실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미 국무부는 “이란인들이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과정을 통해 지도자를 뽑을 권리를 거부 당했다”며 사실상 대선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란의 최대 적성국인 이스라엘의 나프탈리 베네트 총리도 이날 라이시 당선에 대해 “잔혹한 사형집행인의 정권이 대량 파괴 무기(핵무기)를 갖게 해서는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미국의 제재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극심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이란이 협상 자체를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압둘칼렉 압둘라 중동 정치 전문가는 “이란은 이제 더 급진적이고 보수적인 입장으로 기울고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면서도 “이란의 상황이 어려워지고 위험해지는 점을 고려하면 협상의 끈을 놓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


곽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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