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 인수합병(M&A) 규모가 지난해의 배가 넘는 2조 6,000억 달러(약 3,000조 원, 6월 17일 기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디지털과 탈탄소를 방향성으로 세계의 산업구조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데다 풍부한 유동성까지 받쳐줘 M&A 규모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금융 정보 회사 리피니티브의 자료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올해 6월 17일까지 세계 M&A 건수는 2만 5,096건으로 3년 만에 증가세를 나타냈다. 이 기간 M&A 실행 금액은 2조 6,000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3배에 달한다.
세계 M&A 성장 규모는 미국이 이끌었다. 이 기간 미국의 M&A 금액은 1조 2,929억 달러(약 1,470조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8배다. 닛케이는 미국 M&A 시장에 대해 “특히 미디어 산업의 재편이 활달하다”고 짚었다. 이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동영상과 음악 등 콘텐츠의 인터넷 전송 수요가 많아졌고 코로나19 종료 후에도 이 분야의 서비스 다양화와 시장 확대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달 워너미디어를 자회사로 둔 미국 최대 통신사 AT&T는 케이블TV 사업자 디스커버리를 430억 달러(약 49조 원)에 합병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강화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은 전통의 영화 스튜디오 MGM을 84억 5,000만 달러(약 9조 7,000억 원)에 인수한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이 역시 아마존의 OTT인 ‘프라임 비디오’의 콘텐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올해 미국 M&A 시장이 커진 데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방식 상장이 활발해진 것도 한몫했다. 닛케이는 “5월 말까지 공표된 SPAC의 기업 인수는 3,480억 달러(약 396조 원)로 전년 같은 기간의 40배까지 급성장했다”면서 “미국과 유럽 등지의 금융 완화에 따라 넘치는 돈이 M&A 시장에 유입됐다”고 분석했다.
유럽과 일본도 M&A 규모가 늘긴 했지만 미국에 비해서는 미약했다. 이 기간 유럽은 전년 대비 25%, 일본은 19% 각각 증가했다.
그러나 탈탄소 분야의 사업 재편 움직임은 뚜렷하다. 영국 송전 분야 기업 내셔널그리드는 같은 업종의 웨스턴파워 디스트리뷰션을 78억 파운드(약 12조 3,000억 원)에 인수했고, 일본의 히타치제작소는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글로벌로직을 96억 달러(약 12조 원)에 인수하고 정보기술(IT) 기업으로의 변신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컨설팅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세계 M&A 증가의 계기가 됐다”면서 “코로나가 진정되면 탈탄소 등 코로나 이후를 내다본 M&A가 잇따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맹준호 기자 nex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