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동향

"세금만 느는데 누가 집 팔고 전세 놓나"…텅빈 매물 게시판

[與 '장특공제 축소' 일파만파]

◆수도권 중개업소 살펴보니

"차익의 대부분 세금 내느니 보유"

서울 11% 등 매매물량 대폭 줄어

전세물건 '0건' 단지도 곳곳 속출

서울 노원구 일대 아파트 단지./연합뉴스서울 노원구 일대 아파트 단지./연합뉴스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양도 차익에 비례해 줄이기로 하는 게 말이 됩니까. 말도 안 되는 규제입니다. 양도세를 내느니 증여하겠다는 분들은 더 늘어나고 있고 아예 안 팔겠다는 집주인도 상당수입니다.”(서울 강남 대치동 K 중개업소 관계자)




서울경제가 서울 등 수도권 주요 지역의 중개업소를 취재한 결과 매매는 물론 전세 물건이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값이 크게 오르면서 상당수 주택이 장기보유공제 혜택 축소로 양도세 부담이 더 늘어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한 중개업소 사장은 “보유 기간이 긴 주택 보유자일수록 팔지 않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시장 상황을 전했다. 여기에 다주택 규제는 그대로 둬 집주인들이 세금을 충당하기 위해 월세로 돌리면서 전세 물건 ‘0건’ 단지가 더 늘어나고 있다. 중개업소 매물 게시판이 텅 비어가고 있다.

아파트 물건 감소는 통계에서 드러난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4만 2,828개를 기록했다. 한 달 반 전인 5월 1일(4만 8,152개)과 비교하면 11.1%(5,300여 건) 줄었다. 이 기간 동안 경기도는 7만 8,054개에서 6만 7,321개로 13.8%, 인천은 1만 5,794개에서 1만 2,819개로 18.8% 감소했다.

관련기사



매매 물건이 감소하는 것은 6월부터 다주택자의 보유세·양도세 부담이 껑충 뛴 가운데 여당이 1주택자의 장기보유공제 혜택마저 축소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다주택자도 1주택자도 집을 팔아 양도 차익의 대부분을 세금으로 납부하느니 일단 보유로 돌아서고 있다는 것이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자녀 등 가족에게 증여하겠다는 다주택자도 더 늘었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규제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느낀 집주인들이 5월부터 매물을 거둬들이기 시작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거래 가능한 물건은 적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수원 광교 신도시의 중개업소 또한 “지금 집을 팔면 세금만 수억 원”이라며 “집주인들이 차라리 증여하는 쪽을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전세 물건도 줄고 있다.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은 5월 1일 2만 2,882개에서 6월 21일에는 1만 9,734개로 줄어 2만 개 이하로 떨어졌다. 경기와 인천 지역의 전세 물건도 늘지 않고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세금 부담이 가중된 집주인들이 월세를 선호하는 데다 실거주를 해야만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세 물건 ‘0건’ 단지도 서울 강남에서 강북, 그리고 수도권 주요 단지로 확산되는 상황이다. 서울에서 밀려난 수요로 하남의 경우 중형 아파트 전세 가격이 8억 원을 웃돌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오는 7월부터 보금자리론 등 정책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기준을 완화하고 40년 초장기 대출을 도입한다. 이 같은 방안이 집값을 더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4억~5억 원대 중저가 아파트 매수 붐이 일어날 여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세법 규정을 즉흥적으로 바꾸고 있다. 그만큼 부작용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권혁준 기자 awlkwon@sedaily.com


권혁준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