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한국드라마愛 빠진 플루티스트 "팬심 가득 담아 OST 연주했어요"

■스위스 출신 연주가 필립 윤트

"드라마와 클래식은 너무 다른 세계

조화로운 연결 힘쓴 소중한 작업"

'셰이즈 오브 러브' 내달 9일 발매





도이치 그라모폰(DG)은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클래식 레이블이다. DG의 상징인 ‘노란 딱지’를 단 음반은 전 세계 음악가들의 로망이기도 하다. 그 DG에서 내달 9일 한국 인기 드라마 OST를 담은 음반이 나온다. OST를 클래식 버전으로 편곡한 ‘셰이즈 오브 러브(Shades of Love)’다. 이 음반을 주도한 이는 스위스 출신의 플루티스트 필립 윤트(사진). “한국 드라마의 열성 팬”을 자처하는 그를 이메일로 만났다.

필립 윤트와 한국 드라마의 인연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가 재직하던 독일 프란츠 리스트 바이마르 음대의 서울지부로 발령을 받으면서다. “언어와 문화를 배우기 위해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는데, 친구들이 ‘TV 드라마 아줌마’라는 별명을 붙여줄 만큼 어느 순간 한국 드라마에 푹 빠져있더군요.” 취미였던 그의 한국 드라마 시청은 지금의 소속사 봄아트프로젝트와 인연이 닿으며 또 다른 도전으로 발전했다. “나와 한국, 한국 현대 문화를 더 깊이 연결할 수 있는 예술적인 활동을 하고 싶다”는 그의 바람에 소속사는 한국 드라마 OST 연주를 제안했고, 오랜 준비 끝에 2018년 드라마 음악을 클래식 편곡으로 선보인 ‘드라마틱 클래식’을 성공리에 무대에 올렸다. 새 음반은 드라마틱 클래식 직후부터 준비해 온 프로젝트다. 유럽의 유명 작곡가이자 프로듀서 마르코 헤르텐슈타인이 편곡자로 참여했고,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호프, 오보이스트 알브레히트 마이어,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등이 힘을 보탰다.




앨범에는 사랑의 불시착, 미스터 션샤인, 도깨비, 태양의 후예 등의 OST 15곡과 한국 드라마에 영감을 받아 헤르텐슈타인이 직접 작곡한 두 곡이 담겼다. 좋아하는 작품이 워낙 많은 데다 클래식 오케스트라와의 조화도 고려해야 했기에 선곡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2,000곡 넘는 음악 가운데 윤트와 편곡자가 각각 200곡을 추리고, 수 차례 논의를 거듭해 최종 수록곡을 결정됐다. “제가 멜로디와 감성에 집중했다면 편곡자는 구성·구조 같은 실용적인 면을 중심으로 선택했죠. 정말 많은 토론을 거쳐 ‘우리가 절대적으로 사랑한 곡들’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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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 붙은 노래의 감성을 악기 연주로 살려내는 작업도 만만치 않았다. 예컨대 ‘도깨비’의 ‘스테이 위드 미(Stay with me)’는 노래 상당 부분이 랩인데, 앨범에서는 이 노래를 플루트로 풀어냈다. 6개의 다른 플루트 연주를 녹음한 뒤 서브콘트라베이스(관이 5m가 넘고 두께 20cm인 악기)의 즉흥 연주를 힙합 스타일로 추가했다.



낯선 만남의 연속이던 12년 한국 생활에서 한국 드라마와 음악은 “너무나 다르게 보였던 세계”에 한발 가까이 다가가는 창구요, 다리였다. 대중문화와 클래식, 한국과 외국 아티스트의 만남이 응축된 이 앨범은 그래서 윤트에게 더 의미 있고 소중하다. “이 앨범은 (달랐던) 두 세계의 친구, 음악, 감정을 잇고 한데 모아줬습니다. 이것이 가능하도록 지난 몇 년 간 내게 큰 사랑을 보내준 한국 관객들에게 고맙습니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사진=봄아트프로젝트·유니버설뮤직


송주희 기자 사진=봄아트프로젝트·유니버설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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