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해 여성 임금 근로자가 남성에 비해 더 많이 줄어든 가운데, 파견·용역·특고(특수형태근로) 등을 포함하는 '비전형 노동'에서 여성과 남성의 격차가 특히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비전형 노동에 종사하는 남성 근로자는 늘어난 반면 여성 근로자는 줄었고, 비전형 노동의 성별 임금 격차도 2019년에 비해 커졌다.
‘비전형 근로’에서 성별 격차 두드러져…男 일자리 늘고, 女 줄고
여성가족부는 2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고용노동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등과 함께 '제6차 여성 고용실태 분석 및 정책과제 발굴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코로나19 전후로 비정규직 여성 근로자의 상황이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보기 위해 마련됐다. 남성에 비해 높은 여성 비정규직 비율은 노동시장 성별 격차의 주요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주재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해 8월 발표된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중 ‘근로형태별 부가조사’를 분석한 결과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비전형 근로'에서 드러나는 성별 차이였다. 비전형 근로자는 비정규직 가운데서도 파견근로자, 용역근로자, 특수형태근로자(특고), 가정 내(재택·가내)근로자, 일일근로자를 통틀어 지칭하는 용어다. 이러한 비전형 근로를 하는 여성은 지난해 8월 86만 1,000명으로 전년 동월에 비해 5만 9,000명 감소한 반면 비전형 남성 근로자는 121만 2,000명으로 오히려 8만 7,000명 증가했다.
이에 대해 주 연구위원은 "배달처럼 남성 취업자가 주로 종사하는 플랫폼 일자리는 지난해 늘어난 반면 학습지 교사·가사 서비스 등 여성 취업자가 다수인 비전형 시장은 고용 충격이 컸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비전형 근로자의 성별 임금 격차 역시 1년간 눈에 띄게 커졌다. 여성 비전형 근로자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2019년 6~8월 남성의 92.5%였지만, 지난해엔 남성의 82.1%에 해당하는 임금을 받아 감소폭이 10.4%포인트에 달했다. 전체 비정규직을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6~8월 여성 비정규직 근로자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남성의 80.6%로 2019년(84.1%)에 비해 3.5%포인트 줄었다. 전체 비정규직의 성별 임금 격차가 2019년에 비해 더 벌어진 가운데 비전형 근로자일수록 이 격차가 더 컸던 것이다.
여성 근로자, 정규직·비정규직 모두 남성에 비해 크게 감소
이러한 가운데 여성 근로자의 숫자는 비정규직, 정규직 할 것 없이 남성에 비해 더 많이 감소했다. 먼저 여성 비정규직 근로자는 409만 1,000명으로 2019년 8월 대비 3만 5,000명 감소했다. 지난해 8월 남성 비정규직 근로자가 333만 5,000명으로 2019년 8월보다 2만 1,000명 줄어든 것보다 큰 감소폭을 보인 것이다.
여성 근로자의 노동시장 이탈은 정규직 근로자의 경우 더욱 심각했다. 지난해 8월 남성 정규직 근로자가 전년 동월 대비 1만 4,000명 줄어든 것에 그친 반면 여성 정규직 근로자의 감소폭은 4만 4,000명에 달했기 때문이다. 주 연구위원은 "노동시장 전반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의 이탈이 컸을 뿐만 아니라 소위 '안정적인 일자리'로 인식되는 정규직에서는 남성이 훨씬 적게 이탈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고 설명했다.
여성 비정규 근로자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소폭 상승
한편 사회적 안전망의 보호를 받는 여성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중은 소폭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8월 비정규직 여성 근로자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국민연금 39.1%, 건강보험 47.7%, 고용보험 46%로 전년 동월 대비 각각 0.1%포인트, 0.9%포인트, 1%포인트 늘어났다.
김경선 여가부 차관은 "앞으로 플랫폼 등 비전형 노동시장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러한 노동시장에서도 성별 업종 분리 등 성별 격차가 나타나는 것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전형 노동시장의 여성일자리 실태를 면밀히 살펴보고 사회보험 가입 확대 등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