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이주열, 한달새 3차례나 출구 신호…'3년 만의 금리 인상' 10월 유력

■ 하반기 금리인상 공식화

소비심리 3년반 만에 최고…물가·금리·집값 전망 모두 급등

이주열 "물가 전망치, 상방 위험 더 클수도" 인플레 가능성 언급

하반기 이어 내년 3월 임기만료 전 금리 한 차례 더 올릴 수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연내 늦지 않은 시점에 통화정책을 질서 있게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며 최근 한 달 사이 세 차례에 걸쳐 출구 전략에 대한 신호를 보냈다. 금융시장은 오는 10월 한은이 3년 만에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양상이다. 이 총재는 이날 “국내 경제 회복세가 예상보다 빠르다”고 금리 인상에 나서는 배경을 설명하면서 현 상황이 지속되면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 상승) 발생을 의미하는 ‘GDP(국내총생산) 갭의 플러스’ 전환이 내년 상반기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최근 소비심리가 3년 5개월 만에 최고를 보이며 물가와 금리, 집값 전망 지표들이 일제히 치솟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총재는 지난달 27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50%로 동결한 후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향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지난해 상반기 코로나19 쇼크에 따른 긴급 처방으로 이미 사상 최저 수준이던 기준금리(1.25%)를 두 차례에 걸쳐 0.75%포인트 추가로 내린 후 이 총재가 금리 인상을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는 이후 이달 11일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하반기로 구체화한 데 이어 이날 물가 상황을 점검한 후 하반기 금리 인상을 사실상 못 박았다.

이 총재가 잇따라 공식적인 자리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발언 수위를 높이자 시장은 올해 7·8·10·11월 네 차례 남은 금통위 회의 중 11월 금리 인상을 점쳤다가 10월로 한 달 앞당기는 분위기다. 한은의 금리 인상은 지난 2018년 11월 말 기준금리를 1.75%로 0.25%포인트 올린 것이 마지막이다. 10월 금리 인상이 단행되면 2년 11개월 만이다.



이 총재가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는 것은 최근 빠른 백신 접종과 수출 호조로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빠른 가운데 가계 부채 증가세는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인플레이션 압박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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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한은이 이날 발표한 ‘소비자 동향 조사’에 따르면 6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10.3으로 전달보다 5.1포인트 높아지며 6개월 연속 호전됐다. 특히 소비자심리지수 110.3은 2018년 1월(110.7) 이후 3년 5개월 만에 최고치다. 소비자들의 체감 경기가 개선되면서 소비지출전망지수를 비롯해 향후경기전망지수·금리수준전망지수·주택가격전망지수 등이 모두 전달보다 큰 폭으로 뛰었다. 이달 물가수준전망지수(147)도 1포인트 올라 기대인플레이션율 역시 2.3%로 전달보다 0.1%포인트 높아졌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자동향지수(CSI)를 구성하는 15개 지수 중 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향후경기전망 6개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다. 100보다 높으면 장기 평균(2003∼2019년)과 비교해 소비심리가 낙관적이라는 뜻이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월(4.2포인트), 2월(2.0포인트), 3월(3.1포인트), 4월(1.7%포인트), 5월(3.0포인트)에 이어 여섯 달째 오름세를 이어갔다. 이 총재는 이와 관련해 “한은의 책무가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인데, 금융 불균형에 대한 대응을 소홀히 하면 반드시 시간을 두고 중기적으로 경기와 물가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이날 물가와 관련해 “당초 전망치에서 상방 위험이 더 클 수도 있다”면서 ‘GDP 갭(실질 GDP-잠재 GDP)’이 내년 상반기 플러스(+)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GDP 갭은 경기 과열과 침체를 보여주는 지표인데, 플러스를 보이면 경제가 최대 달성 가능한 GDP 수준을 넘어섰다는 것이어서 인플레이션 발생을 뜻하게 된다.

한은이 가장 꺼리는 인플레이션 사태를 방지하려면 내년 상반기 전에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그 횟수와 관련해서도 이 총재는 이날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11일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가 “기준금리를 한두 번 올리는 것은 긴축이 아니다”라고 한 발언에 이 총재가 전적으로 동의하며 “두 번 올려도 (기준금리는) 완화적 수준”이라고 덧붙인 것이다. 이에 따라 한은 내부에서는 현 경제 상황에서는 금리 인상이 10월과 내년 1~2월에 한 차례씩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은의 한 핵심 관계자는 “총재의 임기가 내년 3월 말이어서 그전까지 통화정책을 정상 궤도로 올려놓고 싶은 생각이 큰 듯하다” 며 “지금보다 경기 호전이 빠르면 금리 인상이 한 차례 정도 추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한편 이 총재는 이날 정부가 다음 달 초 확정할 2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과 관련해 통화정책과의 조화를 당부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재정 정책은 취약 부문, 코로나19 이후에 대비해 생산성을 높이는 부문으로 지원을 집중하는 것이 통화정책과 상호 보완적이고 바람직한 조합”이라고 강조했다.

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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