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을 감사하며 정권과 각을 세운 최재형 감사원장이 이르면 다음 주 초 사의를 표명할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최 원장은 주변에 대권 도전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원장 측 관계자는 이날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최 원장이 고민 끝에 결심했다”면서 “다음 주 초에 자신의 결심을 밝히는 자리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1월 감사원장에 오른 최 원장은 헌법이 규정한 임기(4년)을 반년 가량 앞두고 직을 내려놓는다.
최 원장이 사퇴하는 이유는 대선 출마를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야권의 한 의원은 “이미 최 원장이 주변에 ‘나라가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고 말하며 대선 출마 의지를 밝혔다”“고 전했다.
다만 최 원장은 사퇴와 동시에 정치 참여는 하지 않을 전망이다. 감사원은 헌법이 규정한 독립 기관이다. 감사원장이 직을 내려놓으면서 특정 진영에 자리 잡고 정치를 시작하면 독립성과 중립성에 대한 논란을 피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사퇴하는 최 원장이 국민의힘에 당장 입당할 가능성이 낮다는 게 주변의 관측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3월 사퇴한 뒤 석 달 넘게 지난 이 달 말 정치 선언을 한 점을 감안하면 최 원장도 한 두 달은 공개 행보를 자제하며 대권을 위한 준비에 들어갈 전망이다.
최 원장의 사퇴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여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도의 중립성을 유지해야 하는 감사원장이 사실상 현 정부와 반대 진영에 서서 정치를 시작한다는 지적이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최 원장을 향해 “출마 같은 정치적 행위를 위해 임기를 채우지 않는 것은 조직에 마이너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검찰총장과 감사원장 자리가 임기제인 이유는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최 원장의 경우 사회의 큰 어른으로 남으면 좋겠다는 개인적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민주당 의원도 전날 “임기 중 박차고 나와 대선에 출마한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 원장의 사표를 반려할 수 있다는 예측도 청와대와 여권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 경우 감사원장으로서 최 원장의 중립성에 대한 논란은 더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