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김형철의 철학경영] 청개구리는 효자였을까

[150] 부모를 넘어선 아들이 돼라

전 연세대 교수

부모, 자식에 정답 따라하는 실력보다

문제 출제할 수 있는 능력 키워주고

자신보다 더 나아가기를 요구해야

시키는대로 사는 것은 푼수 같은 인생

김형철 전 연세대 교수김형철 전 연세대 교수




“얘야, 앞으로 가라.” “아뇨. 전 뒤로 갈래요.” “오른쪽으로 가라.” “왼쪽이 더 좋아요.” 산으로 가라면 바다로 가고 바다로 가라면 산으로 간다. 엄마가 하는 말을 사사건건 반대하는 청개구리다. 그것도 정확히 반대로. 엄마가 생의 마지막 부탁을 한다. “얘야, 내가 죽거든 개울가에 묻어다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과 반대의 부탁을 한 것이다. 자식은 생애 마지막으로 엄마의 유언을 실천한다. 장마철이 되자 개울물이 불어나면서 무덤은 떠내려가고 만다. 그래서 여름만 되면 청개구리는 “개골개골”하면서 그렇게도 슬피 운다. 도대체 왜 이런 비극이 계속해서 우리 주변에 일어날까.





엄마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첫째, 제대로 소통하라. 엄마는 자식한테 계속 명령만 내린다. 이러저러하게 행동해야 할 이유를 말해주지 않은 채 자꾸 시키기만 하는 것은 간섭하는 것이다. 간섭하는 것은 자식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이가 자신의 명령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왜 거부하는지 그 이유를 물어봤어야 한다. 리더는 명령하는 사람이 아니다. 질문하는 사람이다. 둘째, 아이를 잘 관찰하라. “너 왜 그랬어” 하고 다그치면 돌아오는 답변은 대부분 거짓말이다. 왜? 그냥 살아남으려고. 아니면 단순한 반발심에서 불복종할 수 있다. 말을 못 알아들어서 그럴 수도 있다. 시키는 일을 정확하게 반대 방향으로 일을 진행한다면 어쩌면 새로운 방식으로 일을 해보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것 역시 관찰 후 본인에게 물어보라. 셋째, 부모님 말씀만 잘 듣고 자라는 아이가 과연 훌륭한 자식일까. 자신의 주관이 뚜렷한 자식일수록 부모 말에 고분고분하지 않다. 어쩌면 말하는 대로 하는 착한 아이가 성장을 멈출 수 있다. 부모는 자식에게 정답을 따라 하는 실력보다 문제를 출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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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개구리는 과연 효자였을까” 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첫째, “효란 무엇입니까”라는 제자의 질문에 선생님은 “절대복종이다”라고 단호하게 답한다. 어떤 경우에도 부모님의 말씀을 거역해서는 안 된다. 여기에는 예외가 없다. 둘째, 만약 부모님이 하라고 시키신 일이 그릇된 일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해가 되지 않는 일, 예를 들어 도둑질이나 살인을 명령한다면, 그 말을 즉시 실행해서는 안 된다. 이해될 때까지 묻고 또 물어야 한다. 그래도 부모님이 그릇된 명령을 내린다면, 그 마음을 돌이키기 위해서 간(諫)해야 한다. 쓴소리를 하는 거다. 그러면서도 “안 하겠습니다”라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 이것이 팔로십의 핵심이다. 셋째, 자식이 정말로 효자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 있다. 부모가 살아 있을 때는 제대로 알기 힘들다. 마지못해 명령에 복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님 돌아가신 후 3년 동안 자식의 행동을 지켜보라. 만약 부모님 뜻대로 살아가면 그 사람은 진정한 효자다. 이 세 가지 모두 공자의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결론적으로 청개구리는 엄마가 죽고 나서야 효자가 된 것이다. 왜? 3년이 아니라 매년 개골개골하고 우니까. 비극은 엄마가 애한테 엉뚱한 부탁을 한 데서 발생한다.

그리스신화에는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는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왕비로 삼아서 왕이 된 오이디푸스 신화가 대표적이다.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는 이유는 가부장제에서 자식이 성장해나가기 위해서는 아버지를 넘어서야 하기 때문이다. 젊은 숫사자가 무리를 떠나야 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아버지 밑에서 보호받으면서 시키는 대로만 평생 살아가는 것은 늘 푼수 같은 인생이다.

아버지를 죽여라(파트로크토니아). 이 말은 아버지를 넘어서서 앞으로 나아가라는 뜻이다. 일본에서는 무술을 배울 때 수파리(守破離) 원칙을 지킨다. 처음에는 스승의 무도를 잘 따라서 배워라(守). 다음으로 스승을 넘어서는 기법을 보여줘라(破). 그리고 하산하라(離). 자신을 따라 하라고 자식에게 강요하지 말라. 부하한테도 배워라. 제자에게 자신을 넘어설 것을 요구하는 스승은 위대하다. 후임자에게 자신의 뒷일을 부탁하지 말라. 자신보다 더 나아가기를 요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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