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도살장을 탈출해 2박 3일간 끈질기게 도망친 소가 생명을 건졌다. 그래미와 골든 글로브 등을 수상한 유명 작곡가 다이앤 워런이 중재한 덕분이다.
24일(현지시간) AP와 AFP통신에 따르면 지난 22일 로스앤젤레스의 한 도살장에서 도축을 앞둔 소 40마리가 문이 열린 틈을 타 탈출했다. 소 떼들이 로스앤젤레스 인근 피코 리베라의 시가지로 몰려나오며 삽시간에 소동이 일어났고, 대부분 소들은 경찰에 붙잡혀 도살장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마지막 소 한 마리가 붙잡히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며, 이 소는 '명물'이 됐다. 이날 새벽 도살장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문제의 소가 발견되자, TV 카메라는 헬리콥터를 동원해 소를 잡아들이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중계하기까지 했다.
이 소는 다른 소와 마찬가지로 도살장으로 되돌아갈 예정이었지만, 그래미와 골든 글로브를 수상한 유명 작곡가 다이앤 워런에 의해 운명이 바뀌었다. 워런은 소의 생포 소식을 접하자마자 피로 리베라 시 당국과 접촉해 소를 살려줄 것을 호소했다. 워런은 일부 비용을 지불키로 했으며, 당국은 도살장 주인과 협의 끝에 소를 동물 보호소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시 당국은 또 나머지 소들 역시 도살하는 대신 보호소에 보내는 방안을 도살장 주인과 논의 중이다.
워런은 영화 '자기 앞의 생'으로 올해 골든 글로브 주제가상을 받았다. 그는 다수의 히트곡을 보유한 작곡가로, 채식주의자이자 동물 보호가로 활동해왔다. 워런은 트위터에 "(도살장을 탈출한 마지막 소가 잡혀가는 것을 보고)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불쌍한 아기들이 살려고 도망쳤다. 그들은 자신의 운명을 안다. 인간이 얼마나 잔인한가"라고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