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암 투병·다리골절에도 고객과 약속은 지켰죠"

■기아17번째 ‘그랜드마스터’ 오경렬 영업부장

28년 만에 누적 4,000여대 팔아

종이에 줄 긋고 쓴 편지 年 400통

지방 출장 땐 거래처 반드시 방문

최고 영업 비결은 '긍정 마인드'





“새벽 6시에 출근할 때마다 오늘은 고객들과 어떤 좋은 인연을 맺을까 설렙니다. 매년 연말 연하장 400통을 직접 고객들에게 써서 보내는 것도 좋은 인연을 이어가기 위해서입니다. 와이프는 이런 제가 이해가 안 간다고 하네요.”



기아 서울 은평갤러리지점의 오경렬(57·사진) 영업부장은 28일 서울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17번째 ‘그랜드마스터’에 오른 비결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날 기아는 오 부장이 누적 4,000대 이상 판매한 우수 영업직 직원에게 주어지는 영예인 그랜드마스터에 등극했다고 밝혔다. 상패와 포상 차량 K9도 함께 수여됐다.

지난 1993년 기아에 입사해 올해 28년 차를 맞이한 그는 연평균 140여 대를 판매했다. 두 번의 암 투병과 다리 골절로 인한 십수 차례의 대수술을 이겨내고 달성한 쾌거다.



오 부장은 “아무리 요즘 디지털 시대라지만 손 편지와 판촉물이라는 아날로그의 힘을 믿는다”며 “악필이라 연하장을 쓸 때 종이에 연필로 줄을 그어놓고 글씨를 쓴 뒤 지우개로 하나하나 지워서 완성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생각으로 지방 출장을 갈 때마다 기존 거래처를 꼭 들러 살펴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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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정성 덕분에 오 부장의 고객 대부분은 낱개 차량 구매 고객들이다. 그는 “한 번에 100~1,000대를 사가는 ‘큰손’ 법인 구매 고객이 아닌 직접 오랫동안 인연을 이어온 개인 고객들이 나를 이 자리에 올려준 고마운 분들”이라며 “이렇게 인연을 이어간 고객 가운데서 가장 오래된 인연은 22년”이라고 했다.

그의 고객 중에는 명문대 총장 출신 인사 등 VIP들도 많다. 하지만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고객으로 차량 결함이 발견돼 차량 교환을 요청한 고객을 꼽았다. 그는 “당시 불편을 호소한 고객을 위해 사내 인맥을 총동원해 빠르게 불편 사항을 해결했더니 재구매 등 더 큰 고객 신뢰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고객과의 신뢰를 최우선으로 삼다 보니 건강을 챙기지 못할 때도 있었다고 한다. 그는 “2019년 토요일에 고객 차량에 번호판을 달기로 한 전날 밤 암 수술로 약해져 있던 다리가 골절되는 일이 있었다. 극심한 고통에도 그는 이를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고 고객과 약속을 지키러 나갔다”고 회상했다.

그는 고객들이 꾸준히 찾아오는 비결로 ‘긍정적 마인드’를 강조했다. 오 부장은 “항암 치료를 받는 동안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려 노력했다”며 “지금도 후유증으로 목발을 짚고 다니지만 나는 지금 나의 모습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수 판매고를 올릴 수 있던 비결로는 기아에 대한 자부심도 한몫했다고 밝혔다. 오 부장은 “최근 수입차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5,000만~6,000만 원대 외제차의 안전성이나 품질이 기아 K8보다도 떨어진다고 생각한다”며 “기아가 실제로 디자인과 품질 면에서 많이 개선이 되면서 고객들에게 구체적인 데이터를 통해 영업하는 것이 보람차다”고 말했다.


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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