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하게 시도합니다. 해보고 잘 안 되면 다른 방식으로 도전합니다. 이런 수많은 실험들이 모여 변화가 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안성우 직방 대표는 최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직방의 DNA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외부에서 보기에는 그냥 한 번 결정한 것 같지만 내부에서는 정말 작게 여러 작은 시도들이 모여서 이뤄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로 창업 10년 차를 맞은 직방은 어느새 아파트·빌라·오피스텔·원룸 시장을 망라하는 종합 부동산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했다. 온라인으로 모델하우스를 볼 수 있는 ‘모바일 모델하우스’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최근에는 위성 사진을 분석해 아파트별로 특정 동·호의 전망부터 일조량까지 확인할 수 있는 ‘3D 단지 투어’ 서비스를 선보였다.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인 ‘프롭테크(proptech)’ 대표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안 대표의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부동산 거래 플랫폼을 넘어 ‘사는(live) 것에서 사는(buy) 것’까지 책임지는 주거 종합 플랫폼이 되는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안 대표는 “우리 삶의 중심이 되는 의식주 중 주(住)를 책임지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며 “공인중개사와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부동산 서비스를 내놓고, 메타버스 기술을 기반으로 한 가상 오피스 서비스도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게임 회사에서 근무하며 기업가 꿈꿔=안 대표는 현재 프롭테크 업계를 대표하는 최고경영자(CEO)다. ‘한국프롭테크포럼’의 의장도 맡고 있다. 그는 직방 대표는 물론 포럼 의장으로 바쁘게 활동하고 있다. 포럼의 발전을 위해 다방면으로 뛰고 있다.
그의 어린 시절 취미가 궁금했다. 이에 대해 안 대표는 어릴 적 취미가 게임과 ‘BBS’ 운영이었다고 말했다. BBS는 지금 말로 하면 인터넷 홈페이지다. 그가 운영한 BBS의 이름은 ‘옛것을 찾아서’다. 이 홈페이지를 잘 만들고 운영하기 위해 당시 그는 종로구 경복궁역 근처의 자택에서 교대역에 있는 학원까지 가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웠다.
그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사준 8비트 컴퓨터로 중학생 때는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고등학생 때는 케텔(하이텔 이전의 PC 통신) 활동을 하는 게 일상이었다”며 다소 수줍은 듯이 말했다.
얼핏 들어보면 여느 정보기술(IT) 기업 창업자처럼 어릴 적 경험이 현재의 직방 창업에 영향을 미쳤을 것 같지만 안 대표의 말에 따르면 아니다.
그의 말을 빌리면 청년 시절 그는 꽤 방황을 했다. 천체물리학자를 꿈꿔 대학 진학을 서울대 물리학과로 했고, 망원경을 장만해 행성 충돌 장면을 촬영하기도 했다. 대학 시절에는 밴드 활동도 했다. 밴드명은 ‘광속 계란’, 일명 ‘광란’이다. 이 밴드의 창립 멤버인 그는 3~4년간 활동하며 각종 행사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다. 후일담을 소개하자면 서울대 물리학과 밴드 ‘광란’의 창립 멤버 대부분이 기업가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런 소질이 있는 사람들이 모였던 것일까, 아니면 젊은 시절의 자유분방함이 그들을 창업의 길로 이끈 것일까.
그의 진로를 바꾼 것은 군 생활이었다. 산업기능요원으로 게임 회사 ‘마리텔레콤’에서 근무한 그는 당시 일어난 닷컴 열풍을 보며 벤처기업가를 꿈꾸게 됐다. 이를 위해 군 복무 후 전공을 통계학으로 바꿨다. 우선 회계사가 되기 위해서였다.
“회계법인에서 일하게 되면 경영과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전공을 바꾸고 회계사 공부에 매진했죠. 시험에 합격해 회계법인에서 일하고 나서는 꿈을 찾아 벤처캐피털로 직을 옮겼습니다.”
기업체를 창업하기 위해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딴 뒤 회계법인에서 일하고, 이후에는 벤처캐피털에서 투자 자문 업무까지 경험하는 계획을 세우기란 쉽지 않다. 분명한 목표가 있고 목표 달성을 위한 로드맵을 수행하는 실행력이 있어야 한다. 주도면밀함도 필요하다. 인터뷰 내내 안 대표의 답변은 논리정연했다. 일례로 직방이 현재 준비 중인 가상 오피스 서비스 출시 배경에 대한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현장 근무가 꼭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일을 하는 대상이나 도구가 현장에 있는 경우죠. 의료 업무가 이에 해당할 겁니다. 반면 꼭 현장에 있지 않아도 가능한 업무도 있습니다. 기술만 받쳐준다면 원격 근무가 가능해지는 것이죠. 다만 현장이 주는 장점을 잃으면 안 됩니다. 예를 들면 복도에서 동료와 마주쳐 소통을 하고 인간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경험을 온라인에서도 할 수 있게 구현해내야 합니다. 가상 오피스에서도 이 같은 현장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데 많은 공을 기울였습니다.”
안 대표에게 딱딱한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 세 개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그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스타워즈’, 그리고 저우싱츠(周星馳) 영화”라고 답했다. 저우싱츠가 감독한 영화는 ‘B급 감성’과 더불어 인간적인 면모가 돋보이는 게 특징이다.
◇‘파괴적 혁신’ 아닌 ‘호혜적 혁신’ 추진=안 대표는 공인회계사 자격을 취득한 후 지난 2005년부터 3년간 삼일회계법인에서 일했고 그 뒤 2년 동안은 세계적인 벤처캐피털 ‘블루런벤처스’에서 투자심사역으로 일했다. 그후 2010년 창업한 회사가 현재 직방의 전신인 ‘채널브리즈’다. 기업가로서 내디딘 첫걸음이었지만 창업 초기에는 적지 않은 실패를 맛봤다.
그는 “‘포스트딜’이라는 소셜 커머스를 출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며 “창업 과정을 함께한 대부분의 직원은 이후 회사를 떠났다”고 회고했다. 직방 서비스가 출시된 것은 창업 2년 후인 2012년이었다. 직방 서비스가 자리를 잡으면서 회사 이름도 ‘직방’으로 바꿨다.
안 대표는 아직도 사업 초기의 실패를 잊지 않고 있다. 왜 어려움을 겪었을까. 그는 “팀원 간 결속력이 없어서”라고 딱 잘라 말했다.
그는 “각자의 직무 중심으로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문화 때문에 작은 결정 하나를 내리는 것도 힘들었다. 한마디로 회사에 방향성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그가 지금도 가장 경계하는 것 역시 방향성 상실로 인한 조직의 와해다. 직방은 올 2월 개발자 연봉을 2,000만 원 일괄 인상하며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이후 개발자를 포함해 다양한 인력이 회사로 유입되고 있다.
현재 회사가 가장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부분을 묻자 안 대표는 “신규 직원이 다수 들어오고 있는 만큼 조직 문화에서 방향성을 지켜나가는 것과 신사업 출시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도록 알리는 것”이라고 답했다. 지금 직방에 가장 중요한 것은 변화 속에서 회사 내부, 그리고 외부와 ‘함께 가는’ 방향성을 정립하는 것이다.
직방은 현재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안 대표의 말대로 ‘외부와 함께’ 방항성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직방은 중개업을 직접 하는 대신 기존 중개사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시장에서 보조적 역할을 담당하는 방식을 택했다.
안 대표는 “플랫폼이 세상을 바꾸는 게 아니라 변화하는 세상을 따라 플랫폼이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직방이 부동산 중개 서비스를 출시한 것도 비대면 서비스가 일상화되는 변화에 더해 더 투명하고 손쉽게 부동산 거래를 하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기존 시장에서 업을 영위하고 있는 최대한 많은 분들과 함께 가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10년 뒤의 직방은 어떤 모습일까. 현재 직방은 프롭테크 기업 중에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외부 투자 유치, 인지도, 영향력 등 여러 면에서 다른 부동산 IT 기업을 압도하고 있다. 동시에 외부의 견제도 더욱 세지는 모습이다.
그는 “대답하기 쉽지 않은 문제”라고 했다. 애플과 같은 글로벌 기업도 3년 뒤 무엇을 하고 있을지 알기 어렵다는 게 이유다. 다만 안 대표는 “직방이 주거와 관련된 불편함을 하나하나 바꿔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출시를 준비 중인 가상 오피스 서비스가 시장에 안착하면 더 이상 비싼 서울에 집을 사지 않아도 컴퓨터상의 가상 오피스로 출퇴근이 가능한 시대가 올 것”이라며 “이와 같이 사는 것(live)과 사는(buy) 것에서 오는 어려움이나 불편함을 덜어내는 게 직방의 장기 목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