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故손정민 씨 사건 내사종결…父 "서로가 이별할 것을 아는 것 같았다"

/손현 씨 블로그 캡처/손현 씨 블로그 캡처




한강공원에서 술을 마신 뒤 잠이 들었다가 실종된 후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22) 씨의 아버지 손현(50) 씨가 아들을 그리워 하는 마음을 밝힌 가운데 경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내사 종결로 결론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고(故) 손정민씨 사망 사건에 대한 변사사건심의위원회(심의위)를 열고 사건을 내사 종결하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서초서는 "그동안 수사 사항과 폐쇄회로(CC)TV 영상자료, 전문가 의견 등을 바탕으로 보강수사 필요성과 변사사건 종결 여부를 종합적으로 심의한 결과 사건을 종결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했다.

경찰은 그동안 손씨 유족에게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사 사항을 상세히 설명했고, 유족의 CCTV 열람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달 27일과 이달 21일 2차례에 걸쳐 총 6시간 30여 분 동안 영상을 열람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심의위 결과도 회의 종료 직후 유족에게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 마련된 고 손정민씨 추모 공간/연합뉴스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 마련된 고 손정민씨 추모 공간/연합뉴스



경찰은 이번 심의위 결과를 받아들여 변사 사건을 종결하되 강력 1개 팀을 투입해 손씨의 사망 전 마지막 행적과 추가 증거 여부를 계속 확인할 방침이다. 이와 별개로 손씨 유족이 손씨 실종 직전 술자리에 동석한 친구 A씨를 지난 23일 폭행치사·유기치사 혐의로 고소한 사건의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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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정민 씨 아버지 손현 씨는 전날 자신의 블로그에 '두 번째 꿈'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최근 경찰 수사에 대한 불안한 심경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살얼음위를 걷는 것 같은 하루하루"라며 "수사를 계속 할 것 같다는 기자분의 전화에 안도했다가 변심위(변사사건심의위원회) 등등 엮여있는 상황을 보면 안심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는 이어 "탄원서 도와주시고 블로그 지켜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정민이를 생전에 한 번도 못보셨는데 생각해주시고 그리워해주셔서 너무 큰 힘이 되고 있다. 도와주실때마다 무너지지 않고 이겨낼 자신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손 씨는 아들에 대한 그리움도 표했다. 그는 "어제 낮에 잠깐 잠이 들었는데 정민이가 초등학교 고학년때 모습으로 나타났다"며 "얼굴도 잘 보였고 역시 꼭 안고 있을 때 느낌이 좋았고 현실 같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말을 하지 않아도 왠지 서로가 이별을 해야 하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고 역시나 울다가 잠이 깼다"며 "슬펐지만 보고 안아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 마련된 고 손정민씨 추모 공간/연합뉴스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 마련된 고 손정민씨 추모 공간/연합뉴스


경찰은 당초 지난 24일 심의위를 열 예정이었으나 손씨 유족의 고소 내용을 검토한 뒤 심의위 일정을 이날로 다시 정했다. 이번 심의위에는 내부 위원 4명과 외부 위원(교수 2명·변호사 2명) 4명 등 총 8명이 참석했다. 위원장은 공정한 심의를 위해 서초서장이 맡았다. 통상 심의위는 3∼4명의 경찰 내부위원과 법학·의학 전문가 등 외부위원 1∼2명으로 구성되고 해당 경찰서 형사과장이 위원장을 맡아 왔다.

경찰청 훈령인 변사사건처리규칙에 따르면 일선 경찰서장은 변사자 신원이 확인되지 않거나 유족이 이의를 제기하는 등 심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사건의 경우 보강 수사나 종결을 결정할 심의위를 열어야 한다. 이 제도는 2014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변사 사건을 계기로 마련됐다. 심의위는 최근 3년간 3차례 서울에서 열렸는데, 모두 내사 종결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

정민 씨는 지난 4월 25일 새벽 반포한강공원에서 친구 A 씨와 함께 술을 마시다가 사라진 뒤 닷새만인 30일 실종 현장에서 멀지 않은 한강 수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손씨의 사망 경위를 밝히려 그간 중요 강력 사건과 맞먹는 강력 7개 팀 35명의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수사를 벌여 왔다.

한강공원 인근 폐쇄회로(CC)TV와 차량 블랙박스 영상 분석, 목격자 조사를 비롯해 A씨와 그의 가족에 대한 조사 등을 진행했다. 지금까지 밝혀진 단서에서는 A씨는 물론 사건 관련자의 범죄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박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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