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나팔꽃


권대웅


문간방에서 세 들어 살던 젊은 부부

단칸방이어도 신혼이면

날마다 동방화촉(洞房華燭)인 것을

그 환한 꽃방에서

부지런히

문 열어주고 배웅하며 드나들더니



어느 새 문간방 반쯤 열려진 창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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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낳은 아이

야물딱지게 맺힌 까만 눈동자

똘망똘망 생겼어라

여름이 끝나갈 무렵

돈 모아 이사 나가고 싶었던 골목길

어머니 아버지가 살던

저 나팔꽃 방 속

경사 났네요. 나라가 저출산으로 걱정인데 미래의 주인이 오셨네요. 단칸방이어서 마음 더 애틋하고, 문간방이어서 꿈은 더 별빛이었겠죠. 꿀벌 닝닝거리는 소린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군요. 어쩐지 나팔꽃이 가스관 타고, 전선줄 타고 빙글빙글 올라가 싱글싱글 웃더군요. 꿀벌 지나간 자리, 씨앗 영그는 건 만고의 이치죠. 나팔꽃 스피커는 조심해야 해요. 어느 시골 이장님, 마이크 켜진 줄 모르고 내외 사랑 나누다가 온 동네 사람 귓바퀴에 꿀물 쏟아부었다죠. 더워도 창문 꼭 닫아 걸어요. 청포도 대신 열대야 들고 칠월이 오시네요.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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