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유전자형 비슷한 사람끼리 친구가 된다

■우정의 과학

리디아 덴워스 지음, 흐름출판 펴냄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친구는 또 다른 자신’이라고 말했다. 수천 년 후 뇌과학과 유전학은 이 말을 증명해냈다. 친구끼리는 유전자형이 비슷하며, 친구를 사귀는 성향이 유전된다는 사실이 실험 결과를 통해 밝혀진 것이다. 최신 뇌 영상 기술을 통해서도 친구들끼리는 자극에 반응하는 뇌 패턴이 비슷하며, 뇌는 사랑하는 사람을 자신의 일부로 인식한다는 점이 드러났다. 신간 ‘우정의 과학’은 이처럼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우정과 과학을 씨줄과 날줄 삼아 ‘과학으로 들여다본 우정’이란 독특한 이야기를 펼쳐낸다. 철학·사회학적 접근에서 나아가 영장류학·면역학·생물학·신경과학·유전학 등의 관점에서 ‘넓은 의미의 우정(유대 관계)’의 기원과 진화, 그 의미를 짚어본다.



책은 인간 유대 관계에 대한 과학적 접근의 출발점이 된 1950년대 ‘애착 이론’에서 출발해 현재까지 진행된 다양한 연구를 소개한다. 과학 저널리스트인 저자에 따르면 우정은 초기 인류가 사회적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직계가족을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시작됐으며, 그 뿌리는 영장류에게서 보편적으로 발견된다. 사회적 관계를 맺고 집단을 형성해 사는 방식은 영장류를 포식자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해 주고, 먹이를 좀더 쉽게 구할 수 있게 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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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보호에 있어 관계의 다양성이 미치는 영향은 1998년 심리학자 셸던 코언의 실험을 통해 입증됐다. 실험은 참가자 276명을 감기 바이러스에 노출된 방에 일주일 간 격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들은 격리 전 평균 2주 간 만난 사람을 배우자, 부모, 배우자의 부모, 친족, 이웃, 친구 등 12개의 인간관계 유형별로 분류해 제출했는데, 실험 결과 정기적으로 1~3가지 관계 유형과 접촉한 참가자가 병에 걸릴 확률은 6가지 이상의 관계 유형과 접촉한 이들에 비해 4배나 높았다. 다양한 유형의 관계가 면역학적으로 도움이 되는 셈이다. 저자 말마따나 우정은 “실제로 죽고 사는 문제”인 것이다.

영장류 사회의 복잡성과 뇌 크기를 연결한 ‘사회적 뇌 가설’도 눈길을 끈다. 사회적 뇌 가설은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의 뇌가 몸집에 비해 다른 동물보다 훨씬 큰 이유를 사회적 관계에서 찾는다. 침팬지, 원숭이 등 비인간 영장류를 관찰한 결과, 이들 동물이 소속된 집단의 크기는 이들이 얼마나 사회생활을 열심히 꾸려가는지를 보여주며, 더 큰 집단을 이뤄 생활하는 동물일수록 평균적으로 뇌가 더 크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이 밖에도 친구 수에도 유전이 작용하며, 60세 이상 고령자들에게는 친구나 친척과의 유대 형성이 배우자를 두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30년 간의 추적 연구 결과 등 흥미로운 사례가 담겨 있다. 2만 원.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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