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 아무도 같이 갈 수 없게 막는 것은 너무 가혹해요. 올림픽을 사랑하지만 포기하겠습니다.”
지난해 호주 오픈 테니스 여자 단식 우승자 소피아 케닌(23)은 1일(한국 시간) 도쿄 올림픽 불참을 선언했다. 케닌은 미국에서 여자프로테니스(WTA) 단식 세계 랭킹(6위)이 가장 높은 선수다.
앞서 시모나 할레프(3위·루마니아), 세리나 윌리엄스(8위·미국)도 출전을 포기했다. 여자 단식 세계 톱 10 중 3명이 불참하는 것이다. 남자 단식에서도 라파엘 나달(3위·스페인)과 도미니크 팀(5위·오스트리아)이 빠지고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8위·스위스) 또한 “(현재 참가 중인) 윔블던에서 경기력을 보고 판단하겠다”며 불참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자매 골퍼 제시카·넬리 코르다의 남동생인 테니스 유망주 서배스천 코르다(21·미국)도 도쿄행을 거부했다.
지금까지 도쿄에 가지 않는다고 밝힌 스타 선수들을 모으면 ‘세계 올스타’ 수준이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는 르브론 제임스(37·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와 스테픈 커리(33·골든스테이트)는 물론 올 시즌 유타를 전체 승률 1위에 올려놓은 도노번 미첼(25)도 빠졌다.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 프랑스 우승의 주역인 ‘2,100억 원(시장가치) 사나이’ 킬리앙 음바페(23) 역시 남자 축구 대표팀에 승선하지 않는다.
남자 골프에서는 세계 2위 더스틴 존슨(37·미국)과 11위 티럴 해턴(30·잉글랜드), 13위 루이 우스트히즌(39·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출전권을 반납했다. 세르히오 가르시아(41·스페인)는 “9월 라이더컵(미국·유럽 대항전) 출전권을 따내는 게 우선”이라며 불참을 선언했다. 결국 미국 대표팀으로 출전하기로 결정한 잰더 쇼플리(28)는 얼마 전까지 “일본 구경도 못 하고 호텔에만 갇혀 지내야 하지 않느냐. 올림픽은 경기 외적인 경험도 중요한 법인데 올해 일본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도쿄행을 꺼리는 이유를 설명했다.
여자 골프에서는 ‘대타’마저 올림픽 티켓을 사양했다. 출전권을 얻은 찰리 헐(25·잉글랜드)이 1일 불참을 선언해 잉글랜드 국적 차순위 선수인 조지아 홀(25)에게 기회가 갔으나 홀도 티켓을 반납한 것이다.
“US 오픈 준비를 위해 국내 대회에 집중하겠다”는 남자 테니스 코르다의 말처럼 요즘 선수들은 올림픽 참가를 절대적 가치로 여기지 않는다. 메이저 대회 등 부와 명예가 걸린 종목별 빅 이벤트를 올림픽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선수들이 많아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올림픽에 가봤자 경기장 시설과 숙소만 오가며 고립돼야 하는 상황도 영 불편하다. 방역을 위해 최소 인원 참가로 제한을 둔 것 또한 ‘불참 러시’의 주 요인으로 꼽힌다. 스타 선수들은 보통 트레이너·매니저 등이 포함된 ‘팀’으로 움직이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인원 제한 탓에 ‘완전체’를 꾸리기 어렵다. 완전체로 제 기량을 보여줄 수 없을 바에야 차라리 안 나가겠다는 것이다.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하는 한국 여자 골프도 선수별로 캐디 외 1명씩만 동반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선수 측은 현장 지원 인력으로 누구를 동반해야 할지 고민이 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