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택배 대행·꽃 정기구독·음식 배달까지…은행서 다 한다고?

[토요워치]

시중銀, 예대업무 넘어 생활금융 서비스 박차

고객 소비 데이터 확보…금융업과 시너지 노려

'미래 큰손' MZ세대에 눈도장 찍으려는 포석도







실손 보험금 청구부터 택배, 꽃 배달, 음식 배달까지….



시중은행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기존의 예대 업무 외에 고객의 일상생활에 더 깊이 침투할 수 있는 비금융 서비스를 도입함으로써 고객의 ‘데이터’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에서다. 시중은행의 이 같은 전략이 이미 비금융 분야에서 상당한 데이터를 갖춘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생활 금융 플랫폼으로 전환을 가속화하는 대표적인 은행으로 신한은행을 꼽을 수 있다. 신한은행은 오는 12월 출시를 목표로 음식 배달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이 같은 외도는 지난해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 금융 서비스로 지정받으면서 본격화했다. 기존 은행법상 음식 배달은 은행의 고유 업무와 연관성이 부족해 부수 업무로 인정되기 어려운 점을 혁신 금융 서비스로 돌파한 것이다.



신한은행은 기존의 모바일 뱅킹 애플리케이션과 별도의 앱을 구축해 플랫폼에 입점하는 소상공인 및 라이더·소비자에게 저렴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100억 원 이상의 금액을 투입했다. 신한은행은 플랫폼에 입점한 점주에게 저렴한 플랫폼 수수료와 정산 기간 단축, 채권담보대출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소비자에게 결제에 따른 리워드를 제공한다. 금융 이력이 없어 기존 금융권에서 대출 등을 이용하기 어려웠던 점주와 라이더에 특화된 금융 상품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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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은행은 ‘농협’만의 특징을 내세운 생활 서비스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가장 먼저 선보이는 서비스로는 꽃 배달이 꼽힌다. 한국화훼농협과 제휴를 맺어 모바일 뱅킹 ‘올원뱅크’를 통해 꽃다발·화환·난 등을 주문하고 정기적으로 꽃을 구독하는 서비스를 이르면 이달 선보인다. 이외에도 농협물류와 연계해 택배 기사가 집 또는 사무실 등에 방문해 택배를 접수·배송해주는 서비스, 프리미엄 농축산물을 공동 구매하는 서비스 등을 3분기 내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이 한창이다.

실손 보험 청구 간소화 서비스로 생활 금융 서비스의 성공을 맛본 우리은행도 비금융 서비스를 확대하는 데 적극적이다. 우리은행은 3분기 내 개인 택배 배달·픽업 서비스를 ‘우리WON뱅킹’에 탑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우리WON뱅킹에서 고객이 근처 편의점을 지정해 배달 픽업을 신청한 뒤 방문해 처리하는 방식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가 늘어난 데 따라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우리은행은 앞서 우리WON뱅킹에서 실손 보험금 청구 간소화 서비스를 도입해 출시 4개월 만에 1만 건의 신청 건수를 기록한 바 있다. 이 같은 열풍에 KB국민은행·기업은행·하나은행 등 다른 은행에서도 잇따라 실손 보험금 청구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시중은행이 비금융 분야의 서비스로 확장하는 건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일본에서도 히로시마은행 등 지방 은행을 중심으로 은행 고객에게 이사, 가사 대행, 집수리, 성묘 등의 업체를 소개해주는 서비스를 출시해 운영 중이다. 현지의 우수 업체를 고객에게 소개해주는 대신 은행은 중개 수수료를 받는다.

은행들이 비금융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주요 이유는 ‘데이터’ 때문이다. 은행들이 데이터가 경쟁력이 되는 상황에서 금융 데이터만으로는 더 이상 생존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미 비금융 영역에 지배적 사업자가 있는데도 은행들이 잇따라 해당 분야에 진출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재산 형성 데이터가 많은 반면 소비 성향 데이터는 없다”며 “외부에서 소비 성향 데이터를 가져와도 ‘50대 남성’ 등 익명화된 정보라 재산 형성 데이터와 연동해 활용하는 데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이 직접 비금융 영역의 서비스를 운영함으로써 소비 성향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준 높은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미래의 ‘큰손’이 될 MZ세대를 겨냥한 시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은행이 아닌 카카오·네이버로 돈을 맡기고 결제·송금하는 게 익숙한 젊은 세대에 기존 금융사와 비금융사의 구분은 사라졌다. 이 세대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은행도 기존의 금융 서비스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일 필요가 있다. 시중은행의 한 디지털 담당 관계자는 “기성세대가 은행에 은행 본연의 업무만을 기대하는 것과 달리 젊은 층은 어떤 서비스까지 요구할지 예측조차 힘들다”며 “금융의 미래가 아닌 미래의 금융을 생각하며 은행들도 틀을 깨는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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