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가짜뉴스 부추기는 ‘유튜브 문법’…‘손정민 사건’ 조회수 상위 절반이 ‘음모론’

<상>가짜뉴스, 어디서 피어나나

채증된 가짜뉴스 영상만 5,800여 개, 1천여 시간

유튜브 등 플랫폼 판 커진 미디어 환경 주요 원인

사실 발굴 < 해석·분석…조회수 욕심에 자극성 ↑

‘손군 사건’ 조회수 상위 20개 중 10개 유튜버 제작

추천 알고리즘 더해지며 가짜뉴스 파급력 더해져

손정민 군/손정민 아버지 블로그손정민 군/손정민 아버지 블로그




“대전경찰청장이 ‘손정민 군 사건’을 맡은 경찰들의 수사 방식에 혼란스러움을 표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청탁을 받고 동석한 친구 A씨 측에 우호적인 내용을 방송했다.”

“사건을 총괄 지휘하는 서울경찰청장이 사건을 의도적으로 은폐하고 있다.”

모두 ‘손정민 군 사건’을 둘러싼 악의적 가짜뉴스들로 판명난 것들이다. A씨 측이 채증한 가짜뉴스 의심 영상은 5,822개에 달하며 영상 길이만 1,000여 시간으로 추정된다.

한 사인(私人)을 둘러싼 이례적인 음모론과 가짜뉴스의 물결을 보면서 많은 이들이 물음표를 던졌다.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지만 달라진 매체 환경을 빼놓고는 이같은 현상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유튜버 등 1인 방송 크리에이터들이 활약하는 온라인 기반의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뉴스를 접하게 됐는데, 이러한 매체의 특성 상 가짜뉴스와 허위조작 정보의 유통 가능성이 현저히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20년 언론수용자조사’를 보면 31.0%의 응답자가 동영상 플랫폼을 언론이라고 간주했다. 이는 직전 년도보다 2.4%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이용률 역시 상승세가 가파르다. 재단이 해마다 조사해온 ‘인터넷 기반 매체 이용률 추이’를 보면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이용률은 집계가 시작된 지난 2018년 33.6%를 기록했다가 지난해 66.2%로 집계돼 2년 만에 약 두 배가량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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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불신…교묘히 이용한 그들


이들 매체의 인기는 일부분 기성 언론 및 수사기관 등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의 반작용으로도 풀이된다. 정윤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민주화 과정에서 우리 사회는 대안적 언론에 대한 신뢰를 경험한 바 있다. 현재 기성 언론을 향한 누적된 불신이 유튜브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는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사건 초기부터 A씨 부친이 경찰의 한 고위 간부와 가족 관계라는 식의 경찰 불신이 반영된 가짜뉴스가 끊임없이 생산됐다.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 마련된 손정민 군 추모공간./연합뉴스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 마련된 손정민 군 추모공간./연합뉴스


이러한 불신은 유튜버들이 수용자들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에서 교묘히 이용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뉴스들은 자극적으로 변해갔고 시민들은 여기에 이끌렸다.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이용구 사건 등을 거치며 경찰 등 수사기관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졌다”며 “유튜버들도 상당히 현명한 것이 그러한 뉴스 소비자들의 미묘한 심리를 건들이면서 공중파 등에서 쓸 수 없는 감성적이고 노골적인 언어를 잘 썼고 그런 게 이번에 잘 먹힌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튜버 뉴스, 사실 보단 해석…추천 알고리즘 타고 ‘떡상’


전문가들은 이러한 동영상 플랫폼에 유통되는 뉴스 상당수가 방송·신문 등 기성 언론과 다른 문법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에 주목한다. 기성 뉴스가 수사 기관, 사건 관계자 등 공식 채널을 통해 확인한 ‘사실 정보’를 전달하는 데 무게를 둔다면 이러한 동영상 플랫폼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1인 크리에이터 등은 기성 언론이 발굴한 사실 정보에 해석과 분석을 덧입힌 ‘2차 뉴스’를 전하는 비중이 높다.

지난 3일 기준 계정에 접속하지 않은 상태에서, 유튜브에 ‘손정민 사건’이라는 단어를 검색해봤다. 조회 수가 높은 영상 상위 20개를 분석해보면 이 중 10개가 분석 및 해석을 담은 1인 크리에이터 제작 뉴스다. 조회 수를 합산하면 약 1,146만 회(34.6%)에 이른다. 유튜브가 ‘주요 뉴스’ 탭을 통해 기성 언론의 뉴스를 우선 노출하지 않았다면 점유율은 훨씬 높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동영상 플랫폼에 탑재된 추천 알고리즘과 팽배한 사회 불신 정서까지 결합하면서 가짜뉴스 파급력이 증폭된다. 유튜브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들은 시청 패턴을 분석해 개별 이용자가 흥미로워 할 영상들을 선별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사람들은 자연스레 사고 폭이 좁아지고 기존 인식에 매몰되기 쉽다. 한번 확산된 허위 정보나 가짜뉴스가 쉽사리 교정되지 않는 이유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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