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랏빛 원색의 24인치 아이맥이 집 안에 들어왔다. 모니터를 감싼 스티커를 떼내자 짙은 광택의 보랏빛이 쨍한 후면부 및 모니터와 달리 아이맥의 턱 부분에는 연한 라벤더 톤이 눈에 들어왔다. 전원 커넥터의 패브릭 소재 케이블을 비롯해 함께 온 매직키보드·트랙패드·매직마우스가 아이맥의 턱부분과 동일한 라벤더 톤을 포인트 컬러로 삼은 것을 보고 감탄했다. 나만의 맞춤 선물을 받은 느낌이었다.
세팅 절차가 시작됐다. 여러 언어로 ‘안녕’이란 말이 등장하는데 4.5K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말할 것도 없고 500 니트 밝기 때문에 색상이 살아서 뛰노는 느낌을 받았다. 달라진 점은 매직키보드였다. 키보드 상단 제일 끝 버튼에 손가락을 계속 터치하면 나의 지문 등록 절차가 완료된다. 앞으로 앱 스토어에서 앱을 다운 받거나 잠금을 풀 때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대신 손가락 하나만 갖다대면 될 ‘만능 키’를 만들기 위한 절차였다.
화사한 아이맥이 들어오자 익숙했던 집 안의 사물들이 색감이 하나씩 빠지거나 거칠어 보였다. 책상의 나무 톤이 좀 더 단정했으면 싶고 거실 창에는 화이트 톤의 쉬폰 커튼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애플이 9년 간 고수한 디자인을 변경하면서 노린 건 아이맥 자체가 종종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인테리어 아이템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아닐까 싶었다. 실제로 애플은 거실과 안방을 비롯해 주방·아이 방 등 어느 공간에든 둘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분 전환 삼아 어디든 둘 수 있는 이유는 화면의 두께 덕분이다. 애플의 자체 칩 M1을 탑재해 11.5mm의 두께가 구현됐다. 애플의 시스템 온 칩(SoC)인 M1칩이 탑재되기 전에는 후면부에 발열을 줄이기 위한 팬이 여러 개 들어가 후면이 볼록했는데 이제는 팬을 비롯해 스피커까지 모두 아이맥 턱부분에 들어가게 돼 차지하는 공간이 크게 줄었다.
회사에서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 때 아이맥 레티나5K 27형(2017년 출시)을 사용한 경험이 있다. 촬영분이 쌓이자 파이널컷에서 영상 레이어를 겹겹이 쌓아올릴 때마다 이른바 ‘바람개비’(응답 없음의 아이콘)가 한 없이 돌아가는 광경을 지켜봐야 했다. 이번 아이맥에서는 파이널컷에 4K 영상 여러 개의 레이어를 쌓아올렸음에도 바람개비가 나타나지 않았다. 특히 놀라움을 준 건 음향이다. 가수 뮤즈의 업라이징 음원을 튼 순간 도입부의 밴드 연주가 베이스·일렉 기타·드럼 등 어느 악기 소리 하나 빠지지 않고 꽉 차게 다가오는 게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본체의 좌우에 두쌍의 우퍼가 붙어 있어 진동을 최소화하고 가운데에는 고성능 트위터가 두개 탑재돼 균형 잡인 사운드를 높였기에 가능했다. 무손실 음원을 다양하게 듣고 싶어 애플 뮤직에 가입하기까지 했다.
높은 성능에도 놀랍도록 조용하고 발열은 적었다. 200만원 이하의 가격대에서 이 모든 게 가능한 게 큰 장점이다. 아이폰에서 쓰고 있는 앱들이 아이맥의 빅 서(Big Sur) 운영체제(OS)에서도 쓸 수 있게 돼 재미가 늘어났다는 것도 구매 의사를 높였다. 아이맥이 가정용으로 문턱을 대폭 낮추는 시점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