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조반니 팔코네





1986년 2월 이탈리아 팔레르모 지방법원에서 마피아에 대한 세기의 재판이 시작됐다. 재판은 특수 제작된 8각 형태의 벙커 법정에서 진행됐는데 기소된 마피아 보스와 조직원 707명 중 476명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1992년 1월 대법원에서 최종 선고가 내려지기까지 6년 동안 이어져 ‘막시 재판(Maxiprocesso·대재판)’이라고 불린다. 막시 재판을 이끈 검사가 조반니 팔코네다.



팔코네는 1939년 마피아의 본거지인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팔레르모에서 태어났다. 화학 공장 관리자였던 부친 덕에 정규 교육과정을 마치고 검사가 된 팔코네는 1980년 마약 밀수 조직에 대한 수사를 맡으면서 반(反)마피아 전선의 선봉에 서게 됐다. 어린 시절 친구이자 동료 검사인 파올로 보르셀리노와 함께 치안 검사 모임인 ‘반마피아연합’에서도 활동했다. ‘반마피아연합’은 광범위한 사전 수사와 증거 수집 등을 통해 막시 재판의 토대를 마련했다. 특히 팔코네가 확보한 마피아 조직원 톰마소 부셰타의 진술은 유죄판결을 받아내는 데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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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팔코네는 1992년 5월 아내와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마피아가 설치한 폭탄 테러로 숨졌다. 보르셀리노 검사 역시 2개월 뒤 폭탄 테러로 사망했다. 이들의 죽음은 시칠리아 시민들에게 마피아를 소탕해야 한다는 의지를 심어줬고 이를 상징하듯 팔레르모국제공항의 이름은 ‘팔코네보르셀리노국제공항’으로 바뀌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 금지 사건’을 수사해온 수원지검 형사3부가 새 발령지로 흩어지기 직전인 1일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불구속 기소했다. 수사팀장인 이정섭 부장검사는 세 차례에 걸쳐 기소를 추진했음에도 관철시키지 못하다가 새 근무지로 옮기기 직전 기소 결정을 받아냈다. 이 부장검사의 소셜미디어 아이디가 ‘팔코네’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팔코네의 정의 실현 의지가 새삼 조명 받고 있다. 검찰의 본분은 성역 없이 모든 비리와 범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고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는 것이다. 자신의 목숨까지 내놓고 어둠의 세력을 몰아내고자 했던 팔코네와 같은 검사들이 대한민국의 정의와 공정을 끝까지 수호하기를 기대해본다.

정민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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