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 8,000여 명이 3일 서울 종로 한복판에서 대규모 기습 시위를 벌였다. 당초 여의도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하려다 경찰이 차단하자 장소를 바꿔 강행한 것이다. 정부는 이날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했지만 민주노총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전날 김부겸 총리가 코로나19 방역 관련 담화문을 내고 민주노총을 직접 방문해 집회 자제를 요청했는데도 무시했다.
민주노총은 집회 현장에서 세 차례에 걸친 경찰의 해산 명령도 듣지 않았고 일부 시위대는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방역 수칙을 지키겠다는 약속도 저버렸다. 집회 참가자 대부분이 마스크를 썼으나 거리 두기를 지키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매일 700~800명대로 급증하고 델타 변이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국민들이 다시 방역에 경계심을 높이는 시점이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 수천 명이 도심에 모여 구호를 외치고 행진까지 했으니 사회적 책임 의식이 조금이라도 있는지 의심스럽다. 국민들의 불안감을 키웠으면서도 민주노총은 “야구 경기는 되고 왜 우리는 안 되느냐”며 억지 주장만 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안하무인 태도는 문재인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정부가 그동안 보수단체 집회에는 강경 대응하면서도 노동계 집회에는 온정적으로 대처하는 이중 잣대를 적용해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조법을 개정해 실업자·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등 지나치게 노조에 기울어진 정책을 펴왔다. 경찰이 특별수사본부를 편성해 민주노총의 불법 시위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김 총리는 집회 강행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불법 행위의 재발을 막으려면 방역 원칙을 어긴 시위 책임자를 엄중 처벌해야 한다. 또 차제에 기울어진 노사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 친노조 편향 정책을 접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