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윤석열 "역사왜곡" 공격나서자…이재명 "제대로 공부하세요" 반격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30일 국회 소통관을 찾아 기자들과 인사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성형주기자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30일 국회 소통관을 찾아 기자들과 인사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성형주기자




차기 대선 유력주자로 손꼽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재명 경기지사가 ‘역사인식’을 두고 소셜네트워서비스(SNS)에서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이번 설전은 이 지사가 지난 1일 경북 안동 이육사문학관을 찾아 "대한민국이 친일 청산을 못 하고 친일 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했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이 지사는 이후 자신의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자 이틀 뒤 보도자료를 통해 "승전국인 미국은 일제를 무장해제하고 그 지배영역을 군사적으로 통제했으므로 '점령'이 맞는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사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윤 전 총장은 4일 페이스북을 통해 “셀프 역사 왜곡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이 지난달 29일 대선출마 선언 당시 "굉장히 열심히 하고 변론도 잘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 지사에게 덕담을 건넸던 태도에서 급선회, 역사인식을 고리로 정면대결 기조로 나선 것이다. 윤 전 총장의 이 지사 공격은 처음이다.

윤 전 총장은 4일 페이스북에서 “집권세력의 차기 유력후보 이재명 지사가 ‘미군은 점령군, 소련군은 해방군’이란 황당무계한 망언을 이어 받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어어 “온 국민의 귀를 의심하게 하는 주장”이라며 “이에 대해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어떠한 입장 표명도 없다는 것이 더 큰 충격”이라고 덧붙였다.

윤 전 총장은 “그들은 대한민국이 수치스럽고 더러운 탄생의 비밀을 안고 있는 것처럼 말한다”며 "국정을 장악하고 역사를 왜곡하며 다음 정권까지 노리고 있는 당신들은 지금 무엇을 지향하고 누구를 대표하냐"고 되물었다.

윤 전 총장은 "이재명 지사 등의 언행은 우리 스스로의 미래를 갉아먹는 일"이라며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역사의 단편만을 부각해 맥락을 무시하는 세력은 국민들의 성취에 기생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고 일침했다. 이어 “대한민국을 잘못된 이념을 추종하는 국가로 탈바꿈시키려 한다”며 "시장을 부정하는 주택정책과 소주성 정책 등 모두 잘못된 이념에 취해 나온 것들"이라고 꼬집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이 지사를 공격하면서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어떠한 입장 표명도 없다는 것이 더 큰 충격"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정권교체의 선봉임을 거듭 부각하려는 차원도 있어 보인다.

4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행사 '국민면접'에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4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행사 '국민면접'에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지사는 윤 전 총장이 자신의 발언을 비판한 이후 페이스북을 통해 “색깔공세”라며 반격했다. 그는 “윤 전 총장께서 처음으로 저를 직접 지적하셨으니 답을 드리는 것이 예의”라며 “저에 대한 첫 정치 발언이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제 발언을 왜곡 조작한 구태 색깔공세라는 점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 “해방 후 한반도에 진주한 미군에 대해, 저의 발언에 대해 잘못 알고 계시고, 새로운 정치를 기대했는데 처음부터 구태 색깔 공세라니 참 아쉽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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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사는 “38선 이북에 진주한 소련군과 이남에 진주한 미군 모두 점령군이 맞다”며 “저는 북한 진주 소련군이 해방군이라고 생각한 일도 없고 그렇게 표현한 바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군 포고령에도 점령군임이 명시돼 있고, 윤 전 총장께서 숭상하실 이승만 대통령, 제가 존경하는 김대중 대통령께서도 점령군이라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하셨을 뿐 아니라, 일본의 점령군임은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또 “점령군으로 진주했던 미군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철수했다가 6·25 전쟁 당시 유엔군의 일원으로 참전한 후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지금까지 주둔하고 있다”며 “같은 미군이라도 시기에 따라 점령군과 주둔군으로서 법적 지위가 다르고 동일할 수 없다는 것은 법학개론만 배워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아울러 “정부 수립 후 부정 불의와 친일 매국 요소가 뒤늦게나마 많이 청산됐지만, 그 일부가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 독버섯처럼 남아 사회통합을 방해하고 자주독립국가의 면모를 훼손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총장께서 입당하실 국민의힘 역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또 이 지사는 지난 3월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한 뒤 국정에 대한 공부를 이어온 윤 전 총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 지사는 “국정이란 것이 20~30권 사법고시와 달리 영역과 분량이 방대해 공부할 것이 참 많다. 열심히 제대로 공부해야지요”라며 “저도 계속 공부 중이지만 여전히 부족함을 느낀다. 공부하시려는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한편 차기 대권주자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윤 전 총장과 이 지사가 대선 후보 지지도에서 초박빙 접전을 벌이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이날 나왔다. 여론조사기관 글로벌리서치에 따르면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 결과 이 지사가 26.5%로 1위, 윤 전 총장이 25.0%로 2위를 기록해 1.5%포인트 차이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 유권자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30일~지난 2일 조사한 수치다.

자세한 사항은 글로벌리서치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박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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