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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대우건설, 돌고 돌아 중흥건설 품으로

정보 비공개, 재입찰 실시 등 논란 속

본입찰보다 2,000억 원 이상 낮은 가격에 인수

정창선 중흥건설그룹 회장정창선 중흥건설그룹 회장




대우건설이 돌고 돌아 결국 중흥건설 그룹 품에 안겼다. 중흥건설은 본입찰 결과를 거부하고 재입찰을 요청하면서 결과적으로 2조 3,000억 원에서 최대 2,000억 원 가까이 낮은 가격에 인수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창선 중흥건설 회장의 벼랑끝 전술이 통한 것인데, 인수가격이 최초 본입찰보다 2,000억 안팎 낮아지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도 예상된다.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DB인베스트먼트와 대우건설 매각주관사 BOA메릴린치는 이날 오전 중흥건설을 우협 대상자로 선정했다.



경쟁자인 DS네트웍스 컨소시엄과 가격차이는 크지 않았지만, 매각측의 주요 조건 중 하나인 거래 종결 확실성에서 중흥이 DS측을 앞섰다.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이날 오후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 같은 결정을 밝혔다. 이 대표는 “입찰요건을 충족한 어느 제안자가 가격 및 비가격조건 일부에 대해 수정제안을 해 와 다른 제안자에게 이미 제출한 제안조건을 수정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보다는 최종 단계까지 순조롭게 갈 수 있는지 여부에서 중흥건설 그룹이 DS네트웍스를 앞섰다”면서 “대우건설의 우발채무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건설사인 중흥과 그렇지 않은 DS간 차이가 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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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은 약 38조 원의 국내외 수주실적을 갖고 있으며, 이 중 8조원 가량이 해외 사업이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우협 선정 이후 상세 실사에서 추가 부실이 나오더라도 매각가에는 3~5%만 반영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양측 모두 8조원 중 5조원 가량은 나이지리아와 이라크 사업으로 일정 이상 수익이 보장된 것으로 봤다. 다만 나머지 3조원 중 중흥건설은 최대 5,000억 원 가량의 부실이 나오더라도 국내 주택사업 등이 최대 15% 이상 수익을 낼 수 있으므로 충분히 감내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DS네트웍스 측도 큰 틀에서는 같은 취지였지만, 혹여 있을 수 있는 부실을 최소하하기 위해 KDB인베스트먼트에 추가 부실이 발생하면 보상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는 DS네트웍스와 손잡은 사모펀드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이 펀드 조성을 위해 필요한 조건이었다. 스카이레이크 측은 7~8%의 최소 수익을 달성하는 조건으로 이번 인수에 동참했는데 본입찰에 써낸 1조 8,000억 원에 비해 재입찰에서 2조원 가까이 써내면서 추가 조건 없이 인수를 진행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 매각은 전체적인 절차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매각 초반 인수후보들에게 최소한의 정보조차 제공하지 않아 민간 영역에도 보기 힘든 밀실 매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본입찰 과정에서 호반건설이 참여를 번복하자 가격을 올리기 위한 매각 측의 꼼수라는 의혹도 일었다. 그 결과 호반의 참여를 예상한 중흥과 그렇지 않은 DS측의 가격 차가 5,000억 원 이상 벌어졌다. 중흥은 본입찰 당일 가격 인하가 없다면 인수를 포기하며 배수진을 쳤다. 결과적으로 중흥의 결단은 KDB인베스먼트를 움직였고, 최종 승자는 중흥이 됐다는 게 업계 전반의 평가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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