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나노미터급 측정 기술로 '소부장' 자립 일조할 것"

김경중 표준연 책임연구원

원자현미경 교정용 표준 물질

'나노미터 기준자' 상용화 주도

부정확한 공정 측정기준 표준화

곧 반도체 제조사에 공급할 것





“정치·정략적 이유로 인해 외국산 소재·부품·장비(소부장)의 국내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더라도 그에 휘둘리지 않기 위한 기술 자립이 필요합니다. 반도체 수율을 높이는 표준물질 개발도 그 같은 자급화 노력의 일환입니다.”



반도체 공정 측정 장비인 원자현미경을 교정하는 표준물질인 ‘나노미터(㎚·10억 분의 1m) 기준자’의 개발과 상용화를 주도한 김경중(사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6일 서울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표준물질 고도화를 통해 반도체 생산 효율을 끌어올리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표준연은 이날 김 책임연구원이 대표를 겸하고 있는 연구원 창업 기업인 킴스레퍼런스가 나노미터 수준에서 원자현미경 배율을 교정할 수 있는 방법과 측정 기준이 되는 인증 표준물질을 세계 처음으로 상용화했다고 밝혔다.



이번 나노미터 기준자는 보통 반도체 공정 단계마다 원자현미경으로 크기나 패턴이 정상인지 모니터링할 때 나노미터급 크기의 기준값을 주는 역할을 한다. 수만 배로 확대하는 고배율 현미경을 교정할 때 기준이 된다. 둥근 원판 가운데 위치한 ‘기준자 칩’에는 각각 20~60㎚ 크기의 5개 나노 패턴이 요철 모양으로 새겨져 있어 측정 너비와 기준자 너비를 비교해 배율을 결정할 수 있다. 이 기술은 측정 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어플라이드 서페이스 사이언스’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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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연구원은 “비슷한 개념의 미국 기준자도 있지만 단일 패턴으로 사실상 현미경 배율 교정이 어렵다”며 “이번 개발은 그동안 부정확했던 공정 측정 기준을 표준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킴스레퍼런스는 지난해 초 일본 회사의 급작스러운 표준물질 공급 중단과 가격 인상에 따른 국내 측정 장비 제조 기업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말 세워졌다. 지난 3월 기술이전에 이어 지난달에는 첫 매출도 기록했다. 연구원 창업으로 연구실도 표준연 내에 있으며 표준연 연구 인력 등이 만들어낸 첫 성과가 ‘기준자’다.

김 연구원은 “사업화와 상용화를 위해 만들어진 기업인 만큼 산업체·기업이 원하는 고사양의 소재·장비를 개발해 공급할 것”이라며 “이번 기준자도 장비 업체들과 협업을 통해 조만간 반도체 제조사들에 공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희대에서 화학을 전공한 김 연구원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박사를 취득하고 1990년부터 표준연에 몸담았다. 지난해 ‘세계 표준의 날’ 산업통상자원부장관상을 받은 그는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 나노계측과학과 교수, 국제도량형위원회(CIPM) 표면분석분야 한국 대표 등을 맡고 있다.

그는 “이번 성과가 표준물질의 수급 안정성과 측정 신뢰성을 확보해 국내 소부장 산업의 자립도를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30여 년간의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표준물질 개발 성과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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