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전매 풀리자마자 18% 손바뀜…커지는 분양권 '암시장'

제한 기간에 미리 계약해 놓고

해제되면 정식 거래 비일비재

실효성 없는 단속에 유명무실

매물 감소, 가격상승만 부추켜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며 도입한 분양권 전매 제한이 실효성 없는 단속 탓에 사실상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매물 감소로 연결되면서 분양권 가격을 상승시키는 부작용만 초래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매 기간 내에 미리 계약하고, 나중에 전매 제한이 풀리면 정식으로 거래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 화성시 오산동 A 단지는 지난 5월 기준으로 경기도 내에서 두 번째로 분양권 거래가 많았다. 해당 단지는 3개 동, 498가구의 소규모 단지다. 5월 분양권 거래는 92건으로 전체 단지의 18%가량이 손바뀜된 것이다. 현재 해당 아파트 분양권 매물은 ‘0건’이다. 시장에서는 전매 제한 기간 동안 불법 전매가 이뤄지다 제한이 풀린 올해 5월 10일 이후 거래가 무더기 등록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전매 제한이 풀린 경기도 하남 감일지구 단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790가구 규모의 감이동 B 단지의 경우 4월에 9건, 5월에 58건이 거래됐다. 같은 지구의 C 단지(총 881가구) 역시 5월 한 달 동안 62건이 거래됐다. 짧은 기간에 많은 거래가 이뤄진 반면 현재 해당 단지들 또한 매물을 찾아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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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지들의 공통점은 공공택지에서 선보인 아파트로 분양가상한제 대상이다. 분양가가 저렴하게 책정된 대신 3년의 전매 제한 기간을 적용 받았다. 하지만 전매가 불가능한 기간에도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미리 계약금과 프리미엄을 주고 분양권 매매 계약을 체결한 후, 대신 분양계약서와 담보 서류들을 보관하는 식으로 암암리에 거래가 이뤄지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정부 규제가 분양권 시장을 암시장으로 만들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물론 정부의 단속도 미치지 못한다. 설상가상으로 단기 차익을 노린 분양권 거래를 막겠다며 최근 양도소득세를 강화했지만 ‘다운 계약’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화성의 D 단지 전용 59.98㎡ 분양권은 지난 5월 6억 7,640만 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같은 기간에 4억 8,010만 원에도 거래됐다. 다운 거래가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지만 정작 정부는 단속에 나서지 않고 있다.

한편 정부의 분양권 규제 강화로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현재 수도권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사실상 최근 분양하는 단지 가운데 전매 가능한 분양권은 거의 없다. 양평·포천 등 수도권 외곽 비규제 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 단지가 소유권 등기 이전 전에는 거래가 불가능하다. 경기도 내 입주·분양권 거래는 2017년 5만 3,315건, 2018년 4만 2,975건, 2019년 3만 277건, 2020년 2만 3,433건 등으로 계속 감소세다. 매물이 없기 때문에 분양권 시장에서는 순식간에 수억 원이 뛰어버리는 현상 또한 자주 목격되고 있다.

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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