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터미널 2


이홍섭


강릉고속버스터미널 기역자 모퉁이에서

앳된 여인이 갓난아이를 안고 울고 있다

울음이 멈추지 않자

누가 볼세라 기역자 모퉁이를 오가며 울고 있다

저 모퉁이가 다 닳을 동안

그녀가 떠나보낸 누군가는 다시 올 수 있을까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것 같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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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모퉁이를 오가며 울고 있는데

엄마 품에서 곤히 잠든 아이는 앳되고 앳되어

먼 훗날, 엄마의 저 울음을 기억할 수 없고

기역자 모퉁이만 댕그라니 남은 터미널은

저 넘치는 울음을 받아줄 수 없다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돌아오는 터미널에서

저기 앳되고 앳된 한 여인이 울고 있다

어느 고속버스 터미널 니은자 모퉁이에서 앳된 청년이 뒤돌아보고 있다. 제가 온 곳으로 되돌아가려고 고속버스가 유턴하고 있다. 청년은 주먹으로 눈 밑을 훔치며 버스를 바라본다. 낯선 승객들이 손을 흔든다. 해마다 배차가 줄어드는 낡은 터미널이 남아 있는 동안 돌아갈 수 있을까. 입술을 깨물며 주먹을 부르쥔다. 휴대폰 사진첩에서 까르르 웃는 앳된 웃음 하나를 꺼내 바탕화면으로 지정한다.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돌아오는 곳. 터미널은 눈물과 환호 사이 애써 무표정하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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