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서 동성애자 남성이 ‘묻지마 폭행’을 당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지난 5일(현지시간) 스페인 주요 도시에서는 동성애 혐오를 규탄하는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다.
로이터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성소수자 활동가 등 수천명이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등 스페인 도시 수십 곳에서 시위를 열어 지난 3일 발생한 사무엘 루이스(24)의 사망 사건을 규탄하고, 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활동가들은 “많은 사건이 신고되지 않기 때문에 정부 통계는 극히 일부만 보여줄 뿐”이라며 성소수자 증오 범죄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도 마드리드의 푸에르타 델 솔 광장에서는 정부 추산 약 3,000명의 인원이 거리에 나와 ‘동성애 혐오는 파시즘과 같다’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시위대 사이 충돌이 벌어져 한 명이 체포되기도 했다.
앞서 루이스는 지난 3일 스페인 북서부 갈리시아주 라코루냐에 있는 한 클럽 앞에서 행인들에게 집단 구타를 당했다. 머리 부상 등을 입은 그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사망했다. 루이스의 친구들은 스페인 일간 엘문도와의 인터뷰에서 “루이스는 친구와 영상 통화 중이었는데 용의자들이 루이스를 공격하기 시작했다”며 “루이스가 자신들을 촬영한다고 착각한 것 같다”고 했다. 또 “용의자들이 루이스를 폭행하며 동성애자를 경멸하는 표현을 사용해 그를 모욕했다”며 이 사건이 동성애 혐오 범죄라고 주장했다. 다만 경찰 당국자는 “혐오 범죄인지 여부는 수사를 해야 알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고수했다.
루이스 사망 사건에 대해 사회당과 연정을 이룬 좌파 정당 포데모스는 트위터 계정에 “루이스는 극우 정치와 매체들이 만든 동성애 혐오의 희생양”이라며 “이런 비참한 죽음을 거부하기 위해 우리의 힘을 모을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오네 벨라라 사회인권부 장관도 트위터에 “모든 사람이 존재 자체로 자유롭다고 느낄 수 있는 폭력 없는 나라를 원한다”며 이번 사건을 증오 범죄로 규정했다.
한편, 스페인 내무부 자료에 따르면 2019년엔 성적 지향과 관련해 278건의 혐오 범죄가 발생했다. 이는 2018년에 비해 8.6% 증가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