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형사사건은 판결이 내려지면 사건에 ‘마침표’가 찍히지만 가사사건은 판결이 내려지면 그때부터 사건이 시작됩니다.”
김진옥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47·사법연수원 32기)는 지난 5일 서울경제와 만나 “가사사건은 미래를 다루는 사건”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혼의 경우 절차가 끝난 뒤에도 누가 양육자가 될지 면접교섭은 어떻게 진행할 것 인지가 문제로 남는다. 가정법원이 집행에 관여하기도 한다. 소년사건, 후견사건, 아동보호 사건 등은 가정법원이 집행과정을 감독하는 만큼 진행 경과를 살핀다. 재판이 사건의 마침표가 되는 게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 되는 셈이다.
김 변호사는 2003년 춘천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수원지법, 서울중앙지법을 거쳐 2012년 2월 서울가정법원에 발령이 났다. 1년 동안 합의부에서 배석판사로 이혼 사건을 담당하며 민·형사사건과 다른 가사사건의 차이점에 관심이 갔다. 가사전문조사관, 비양육친 캠프 등 단순히 판결만 내리는 게 아니라 당사자들의 ‘미래’도 생각하는 가정법원의 역할에 흥미를 느꼈다. 법원도 가사사건의 중요성을 고려해 ‘가사소년 전문법관’을 도입했다.
김 변호사가 가사소년전문법관에 지원하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건강한 이혼'을 위한 방법, 미래를 위한 절차들에 흥미를 느꼈다”, 김 변호사는 당시의 선택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가사전문법관으로서 7년의 시간은 끝없는 새로운 업무의 연속이자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조정하는 과정이었다. 김 변호사는 “한 법원에만 9년간 있는데도 매년 역동적이었고 매년 새로운 업무를 맡았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김 변호사는 기획공보 업무, 친생자관계 소송, 입양 사건, 후견사건,소년보호·가정보호·아동보호 단독에 이혼 상속 재산 분할까지 해마다 바뀌는 업무에서 재미를 느꼈다. 김 변호사는 2018년 서울가정법원의 양육비산정기준표 개정작업과 2020년 면접교섭센터 센터장 업무가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꼽았다. 김 변호사는 “재판 외에도 가사사건 특유의 절차들을 만들어 나가는 게 전문 법관으로서 역할이었다”고 말했다.
가사전문법관으로 7년의 경험은 김 변호사에게 ‘사람들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는 변호사’의 길을 걷게 된 계기로 작용했다. 이혼 등 가정문제는 법률에 대한 전문 지식 만큼이나 의뢰인과 상대방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중재하는 ‘감정 노동’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가사법원에서의 시간들은 의뢰인들을 정서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이 됐다.
김 변호사는 “가사사건은 가족간의 분쟁인 만큼 소송과정도 결과만큼 중요하다”며 “재판을 하다보면 법률적으로 유의미한 부분들이 보이는데 감정만 상하고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주장들이 오가기 쉽습니다”고 말했다. 소송 과정에서 감정 싸움으로 비화하기 쉽지만 특히 가족간의 다툼인 만큼 ‘감정 싸움’과 그 여파도 다르다는 것이다. 전문 변호사의 조력으로 감정 다툼을 최소화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 변호사는 “과정이 무너지면 재판이 끝나고도 삶으로 복귀가 어렵다”고 꼬집었다. 김 변호사는 최근 상속 관련 분쟁이 늘고 있는 만큼 “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는 부분을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사전에 차단하는 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혼 소송과 다르게 상속 분쟁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미리 예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가정법원의 스페셜리스트로서 여성·아동관련정책 등 필요한 부분에 도움이 되고 사회 변화에 보탬이 되고 싶다"며 “가족과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미래를 위한 법률 지원을 돕겠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