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의 한 10대 소녀가 사촌과의 결혼을 거부하며 연인과 도주하다 가족에게 이른바 ‘명예살인’을 당하는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6일(현지시간)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3일 시리아 북동부 도시 알 하사카 외곽의 한 마을에 사는 소녀 에이다 알하무디 알사에도(18)가 한 무리의 남성에게 끌려가 총살을 당하는 모습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됐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에이다는 총을 든 건장한 남성 3명에게 끌려간다. 이는 당시 에이다가 자신의 남자친구와 함께 도망치다 가족에 붙잡힌 상황이라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에이다는 연신 도와달라고 외쳤지만 남성들은 무시한 채 한 폐가 앞으로 그를 끌어다 놓았다.
이후 3번의 총성이 울리고 에이다는 고통스러워하며 필사적으로 몸을 일으키려했다. 그 순간 남성들은 에이다에게 한 번 총을 겨눴고 결국 숨을 거뒀다.
에이다의 가족들은 이 같은 영상을 공개하며 “명예살인”이라고 주장했다. 또 에이다의 시신도 인근 길거리에 옮긴 뒤 빨간 담요만 덮어 방치했다. 에이다를 끌고간 3명의 남성 중에는 그의 아버지와 오빠도 있었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이들은 에이다를 살해하기 며칠 전부터 그를 굶기고 폭행을 하기도 했다. 당시 에이다의 남자친구도 함께 붙잡혔으나 가까스로 탈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에 따르면 에이다는 사촌과 결혼하라는 가족들의 뜻을 거부하고 젊은 남성과 사랑에 빠졌다가 살해당했다. 에이다의 남자친구가 청혼을 했지만 가족들은 다른 가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결혼을 반대했다.
SOHR은 ”에이다의 가족들이 가문의 신념에 따라 수치심을 씻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해당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했다”고 말했다. SOHR은 에이다의 가족들을 살인 혐의로 기소하고 성명을 통해 “‘명예살인'이라는 이름으로 영상까지 게시한 해당 범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호소했다.
해당 소식을 들은 현지 누리꾼들은 가해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과 여성에 대한 ‘명예살인'을 멈추라며 ‘하사카 소녀 인권(#Rights_of_Hasakah_Girl)'이라는 해시태그 운동을 벌였다.
현재 시리아 내 쿠르드 자치지역에서는 여성에 대한 ‘명예살인' 및 폭력과 차별이 공식적으로 금지돼 있다. 다만 이슬람 문화권 내에서는 이를 허용하고 있다.
한편 에이다의 영상이 공개된 지 며칠 뒤 한 16세 시리아 소녀도 친척으로부터 강간을 당하고 자신의 아버지에 의해 목이 졸려 살해됐다. 이에 6일 하사카 지역에선 수백 명의 여성들이 거리로 나와 ‘폭력 금지'라는 슬로건이 적힌 흰색 티셔츠를 입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가장 최근 희생자인 16세 소녀의 집 앞에 모였다. 한 시위대는 “전통이나 종교의 이름으로 행하는 이러한 범죄를 규탄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