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고인돌2.0] “‘나’라는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소개해 보세요”

용산도서관이 마련한

소설가 김나정씨 ‘이야기꾼 프로젝트’

서울 디지텍고등학교 학생들 대상으로

‘나’를 주제로 이야기를 구성하는 시간 가져

소설가 겸 문학평론가 김나정씨가 지난 7일 서울 디지텍고등학교에서 열린 강의에서 자기소개서의 작성 팁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백상경제연구원소설가 겸 문학평론가 김나정씨가 지난 7일 서울 디지텍고등학교에서 열린 강의에서 자기소개서의 작성 팁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백상경제연구원




지난 7일 서울 디지텍고등학교 3학년 강의실. 점심식사를 막 마친 나른한 오후였지만 게임개발자를 꿈꾸는 20여명의 학생들의 눈은 반짝였다. 게임의 중요한 요소인 이야기를 구성하는 방법을 배우는 특별한 강의가 열렸기 때문이다. 용산도서관이 지역 청소년의 인문학 사고를 높이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강의는 소설가 겸 문학평론가 김나정씨가 맡았다.

김 작가는 “이야기 속 캐릭터를 만들 때는 취미, 취향, 말투, 생김새, 경험 등 캐릭터의 고유의 특징을 설정해 형상화 한다”며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형상화 돼야 사람들이 게임, 소설, 영화 속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를 캐릭터로 형상화한 이야기가 자기소개서”라며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작성하면 상대가 ‘나’라는 캐릭터에 매력을 느낄 수 있는지 팁을 알려주겠다”고 말해 학생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김 작가는 다양한 질문으로 구성된 설문지를 학생들에게 나눠 주고 답을 채워 넣게 했다. 설문지에는 내 인생에서 드라마틱했던 순간, 내가 좋아하는 것, 집에 불이나면 반드시 챙길 물건, 정말 잘 샀다고 생각하는 물건, 내가 겪은 죽음,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가 나에게 조언을 한다면, 나의 버킷리스트 등 자신을 관찰하게 만드는 질문들이 담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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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설문답안을 훑어 본 김 작가는 “자신을 관찰한 다양한 질문에 대한 답들만 잘 연결해도 멋진 자기소개서가 완성된다”며 “전체 내용을 관통하는 제목을 정하면 자기소개서의 방향을 설정하고 내용을 풀어가기 좋다”고 설명했다. 그는 로봇 만들기가 취미이고 금붕어를 구해준 경험이 있다고 답한 한 학생의 설문답안을 보여 주며 “이 학생은 공통적으로 ‘손’과 연결된 경험이 많으니 ‘만드는 사람, 금손’이라는 제목을 정해 자신의 손재주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게임을 즐겨하고 어린 시절의 나에게 더 많이 놀라는 조언을 해주고 싶다고 답한 학생에게는 “본인이 노는 것을 좋아해 게임 개발자를 꿈꾸니 ‘놀이터를 만드는 사람’”을 제목으로 추천했다.

김 작가는 “자기소개서를 쓸 때 자신에 대한 모든 것을 나열하기 보다는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며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점 몇 가지만 선택해 그림을 그리듯 상황을 자세하게 묘사할 것”을 당부했다. 이어 “시간 순서대로 이야기를 나열하지 말고 어떤 순서로 배열해야 상대가 ‘나’에 더 흥미를 느낄지 고민하라”고 말했다.

용산도서관이 마련한 김 작가의 ‘이야기꾼 프로젝트’ 강좌는 ‘고인돌2.0(고전·인문아카데미2.0: 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의 프로그램의 하나로 개최됐다. ‘고인돌2.0’은 서울경제신문 부설 백상경제연구원과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및 평생학습관이 2013년부터 함께한 인문학 교육 사업이다. 성인 중심의 인문학 강좌로 시작한 ‘고인돌’은 지난해부터 명칭을 ‘고인돌2.0’으로 바꾸고 서울 전역의 중·고등학교와 연계해 강연을 하고 있다. 역사와 건축, 경제, 과학,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의 총 56개 강좌로 구성된 올해 제9기 ‘고인돌2.0’은 특히 교과목과의 연계성을 높여 청소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원격 강의 등 비대면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디지텍고 3학년 소준엽 군은 “우리가 쓴 설문답지의 내용으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팁을 설명해 주셔서 현실적인 도움이 됐다”고 강의에 참여한 소감을 말했다. 3학년 정태영 군은 “평소 글쓰는 것에 어려움을 느꼈는데 글을 편하게 쓸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3학년 이해윤 군은 “내가 겪은 사건들을 어떤 순서로 구성하는가에 따라 이야기의 전달력이 달라진다는 점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고인돌 2.0은 올 11월까지 80여개 중·고등학교를 찾아가 청소년들의 인문학의 사고를 높이기 위한 강연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 이효정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원 hjlee@sedaily.com


이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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