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접종률 8%도 안됐는데 축포…'예고된 재앙'에 눈뜨고 당했다

[코로나 4차 대유행]

◆정부 '방역 대책' 대참사

"7월 새 거리두기" 잘못된 시그널

젊은층 '안정됐다' 인식, 거리로

靑 "안일한 대응" 정책실패 인정

"접종부터 서둘러야" 지적 잇따라

코로나19 발생 이후 하루 최다 확진자가 발생한 8일 서울 강남구의 한 식당이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한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면서 식당·카페 등 이용자가 크게 줄어 서민 경제의 한숨은 더욱 커지고 있다. /권욱 기자코로나19 발생 이후 하루 최다 확진자가 발생한 8일 서울 강남구의 한 식당이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한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면서 식당·카페 등 이용자가 크게 줄어 서민 경제의 한숨은 더욱 커지고 있다. /권욱 기자





# 지난달 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브리핑에서 “7월 말~8월 초부터 전체 유행 규모가 줄어들기 시작할 것이라고 대부분 전문가가 예측한다”고 밝혔다. 7~9월 고령층을 제외한 일반 국민 대상 접종이 시작될 것을 전제한 발언이었다. 코로나19 방역 사령탑의 전망에 맞춰 지방자치단체 등은 다양한 규제 완화 정책 제안을 내놓았다. 서울시는 헬스장과 실내골프장의 영업시간을 오후 10시에서 11시로 연장할 것을 검토하겠다고 했고, 중대본은 ‘6월 백신 접종자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면제’ ‘7월 식당·카페 12시까지 이용 가능’ 등 완화된 방역 조치를 대거 예고했다.

문제는 정부의 느슨한 방역 대책이 모두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률이 8%도 되지 않았던 시점에 나왔다. 7월이 되면 코로나19 이전처럼 밤늦은 시간까지 여러 명이 사적 모임을 가질 수 있다는 기대감은 피로감이 누적된 자영업자·소상공인 등에게 ‘현 유행 상황이 안정적이다’라는 잘못된 신호로 작용했다. 또 20~30대 젊은이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해외 주요 국가가 집단면역 실험에 돌입한 상황에서 한국이 4차 대유행이라는 또 다른 위기에 직면한 이유다.

‘방역 완화’ 신호는 지난 4월 말 정부가 “7월부터 새로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적용하겠다”며 개편안의 주요 내용을 내놓으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개편안은 사적 모임 규모를 기존 4인에서 8인까지 늘리고, 음식점 등의 영업시간도 오후 10시에서 12시로 늘리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런 기조는 확진자 수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500~700명으로 대유행 조짐을 보일 때도 바뀌지 않았다.




결국 정부는 확진자가 1,000명이 넘어서면서 정책 실패를 인정했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8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코로나19 확진자 급증 원인으로 안일한 방역 당국의 대응도 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그런 지적은 겸허히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수석은 “저희로서는 코로나19로 경제적 고통이 장기화된 자영업자 분들의 힘든 사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일반 국민들도 오랫동안 방역 수칙에 피로감을 느끼고 여름휴가·추석이 임박했다는 우려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노력하다 보니 다른 한쪽에서 이런 현상이 벌어졌다”며 “집단면역으로 가는 마지막 고비라고 생각해 국민들께 다시 방역 수칙을 지키고 이겨내자는 협조를 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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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국무총리 역시 고개를 숙였다. 김 총리는 7일 방송에 출연해 “1년 반 동안 마스크를 쓴 국민들이 너무 지쳐 계셨고 서민 경제 회복 같은 정책적 목표도 있었다”며 “백신 접종도 생각보다 순조로워 7월부터 거리 두기를 개편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려 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의 고충을 해소하기 위해 방역 완화를 서두르려 했다는 설명이다.

결국 정부의 안일한 정책이 서민 경제에 더 심각한 피해를 끼치게 됐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방역을 완화할수록 서민 경제는 더욱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며 “잘못된 정책 시그널을 내놓고 국민들에게 방역 수칙을 지키라고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정부는 결국 지난달 30일 수도권에서 완화된 거리 두기 개편안 적용을 철회하고 기존 거리 두기 지침의 2단계를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현재 서울의 코로나19 확산세는 이미 개편안 4단계에 이르는 등 ‘봉쇄’에 준하는 방역 조치가 임박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변이 바이러스까지 대거 유입되는 상황에서 결국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50대 접종이 이달 26일부터 시작되고 젊은층에 해당되는 초등교사 등 교육 현장 종사자들은 이달 28일이 돼야 접종이 시작된다. 국내에 도입된 백신 물량이 부족해 사실상 한 달여의 접종 공백기가 있는 셈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확산세를 감소시키는 힘은 백신 접종에 있다”며 “확진자가 증가하지만 3차 유행과 달리 사망자·중환자가 급증하지 않는 것 역시 백신 접종의 효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변이 유행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고위험군에 백신 접종을 집중해야 한다”며 “방역의 패러다임 전환은 전체적인 면역 수준이 올라갔을 때 고려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서지혜 기자·윤경환 기자·김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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