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부동산 갑질’ 네이버 “카카오 무임승차 막기 위한 합리적 행위였다”





“네이버의 확인매물 정보를 카카오(035720)가 가로채려 하자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합리적 행위였습니다.” (네이버)

“네이버는 확인매물뿐만 아니라 매물 정보 일체를 막았기 때문에 부당하게 경쟁을 배제한 것입니다.” (공정위)



이른바 네이버의 ‘부동산 갑질’ 사건과 관련한 첫 변론기일이 8일 열렸다. 네이버가 지난 2015~2017년 부동산114 등 정보업체들과 ‘확인매물정보’를 카카오 등 제3자에게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계약을 맺은 데 대해 공정위가 시장 지배력을 남용했다고 판단, 과징금 10억3,200만원을 부과한 사건이다. 이에 대해 네이버가 공정위 처분을 취소하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이날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서태환) 심리로 첫 재판이 진행됐다. 양 측은 네이버가 제한한 정보가 확인매물정보에 국한된 것인지, 그 외 다른 정보까지 막은 것인지에 대해 전혀 다른 주장을 하며 팽팽히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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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이날 확인매물정보가 수십억원에 달하는 비용과 창의적 노력을 들여 독자적으로 구축한 시스템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네이버 측 변호인은 “네이버는 (부동산 정보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유지, 강화할 의도가 없었고 경쟁을 제한한 것도 아니다”라며 “(정보업체들이 카카오와 계약을 맺지 못하게 한 것은) 경쟁 사업자의 무임승차로부터 네이버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합리적 행위로 공정거래법 위반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네이버가 투자해서 만든 확인매물 정보만 가져가지 못하게 했지 일반매물 정보 등 다른 정보는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며 “또 공정위는 카카오에게 지나친 비용 부담을 줘서 카카오를 퇴출시켰다는 전제를 깔았는데 카카오는 현재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이은 시가총액 3위 기업으로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했다.

반면 공정위 측에서는 네이버가 확인매물뿐만 아니라 다른 정보까지 제공하지 못하게 막았다며 정반대의 주장을 했다. 공정위 측 변호인은 “네이버는 (부동산 정보업체들이) 매물 일체의 정보를 (넘길 수 없게) 배제했다”며 “그리고 시총 규모를 언급했는데 이 사건이 발생한 시점은 2015~2017년이기 때문에 그 당시 규모로 비교해야지 현재 시총이 크다고 말하는 것은 무관한 내용이다”라고 말했다. 공정위 측은 이어 “네이버의 주장은 자신들은 KTX를 타고 부산에 가면서 카카오는 걸어가고 자전거 타고 가도 된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며 “또 (공정위 조사 결과) 네이버 스스로 매물 정보 제공을 막는 게 잠재적 리스크라고 진단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사건과 관련해 재판부는 오는 9월 9일 다음 기일을 잡고 변론을 속행하기로 했다. 사건 당시 네이버가 시장지배적 사업자인지 판단하는 시장획정 문제부터 시작해 네이버가 맺은 계약이 경쟁사를 배제하려는 의도였는지 등을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이날 서울고법에서는 공정위가 네이버에 대해 과징금 2억원을 부과한 또 다른 사건에 대해서도 재판이 진행됐다. 네이버가 동영상 관련 검색 알고리즘을 개편하면서 ‘키워드’ 등 상위 노출을 위한 핵심 정보를 콘텐츠 사업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는데, 이는 자사 플랫폼을 우대하기 위한 행위로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네이버는 불복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고법 행정3부(재판장 이상주) 심리로 첫 변론기일이 열렸다.

동영상 사건과 관련해 네이버 측 변호인은 “단순히 키워드 입력이 중요한 게 아니라 개편된 알고리즘 하에서 중요해진 조건을 차별적으로 제공했는지가 핵심"이라며 "외부에는 안 알리고 내부에만 알렸는지 확인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중요 정보는 타사 플랫폼뿐만 아니라 내부 플랫폼에도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차별행위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공정위 측 변호인은 “그럼 처음부터 개편된 알고리즘 하에서 중요해진 조건을 이야기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또 쟁점에 따른 후속결과만 가지고 자신들이 타당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 사건의 논점을 벗어난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현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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