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중반 프랑스 샹파뉴(Champagne)의 와인 제조 업자들은 ‘악마의 술’ 문제로 골치를 썩어야 했다. 매년 봄이면 와인 발효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산가스로 병이 깨지는 사례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1670년 이 지역의 수도사 돔 페리뇽은 고민 끝에 탄산을 유지함으로써 독특한 맛을 내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그는 일반 와인 병보다 두껍고 폭이 좁은 발포 와인용 병을 사용하고 단단한 스페인산 코르크 마개를 철사 줄로 묶어 보관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발포 와인의 역사는 이렇게 시작됐다.
샹파뉴는 프랑스 동북부의 대표적인 상업 도시로 넓은 평야 지대를 자랑하고 있다. 샹파뉴라는 지명도 라틴어로 평야를 일컫는 캄파니아(campania)에서 나왔다. 이곳에는 석회질로 이뤄진 거대한 동굴이 많아 최고의 와인 저장고로 활용되고 있다. 예로부터 샹파뉴의 주도인 랭스의 대성당에서 열리는 왕들의 대관식에서는 축하주로 샹파뉴 와인이 빠지지 않았다. ‘샴페인’이라는 단어는 발포 와인의 집산지인 샹파뉴의 영어식 발음에서 유래했다.
프랑스 정부 당국은 1927년 원산지 보호법에 따라 샹파뉴에서 제조된 제품에만 ‘샴페인’이라는 이름을 붙이도록 규정했다. 1993년에는 프랑스 패션 업체 입생로랑이 ‘샴페인’이라는 브랜드의 향수를 출시했다가 샹파뉴의 와인 제조 업체와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당시 법원은 지명 자체가 가진 원산지로서의 명성과 이미지를 훼손한다며 향수에 대해 판매 금지 조치를 내렸다.
러시아가 최근 자국에서 생산되는 스파클링 와인(발포 와인)에만 ‘샴페인’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법안을 만들어 종주국인 프랑스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샴페인은 전 세계 120개국에서 법적 보호를 받고 있는 독자 브랜드”라며 러시아 측에 법안 수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김치를 ‘파오차이’라고 부르며 한국산 김치 수출에 어깃장을 놓고 있는 중국과 여러모로 닮은꼴이다. 세계인의 먹거리마저 떼쓰기로 일관하며 국제 경제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는 중국·러시아의 공세에 맞서 자유·민주·법치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 간 협력이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