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2년 만에 강 대 강 대치' 현대중공업 노사 갈등 원인은?

2019년 법인분할 갈등 후 2년치 임금협상 난항

회사 "농성 풀라" vs 노조 "교섭안 제시하라"

회사 민·형사 소송…노조, 16일까지 파업 연장

교섭 가능성은 열어놔

지난 2019년 5월 회사의 법인분할에 맞서 주주총회 장소였던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을 점거한 현대중공업 노조. /서울경제DB지난 2019년 5월 회사의 법인분할에 맞서 주주총회 장소였던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을 점거한 현대중공업 노조. /서울경제DB




현대중공업 노사가 다시 대치 국면에 놓였다. 지난 2019년 5월 회사의 법인분할 방침에 맞소 노조가 5일동안 한마음회관을 점거하며 농성을 벌인 이후 2년만이다. 당시 회사는 주총 장소를 바꿔 법인분할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연이은 폭력 행위 등으로 회사는 4명을 해고하고 1,400여명을 징계했다.



2년이 지난 현재 노조는 또다시 파업과 함께 울산 본사 판넬조립부 앞 턴오버 크레인을 점거했다.

◇2년치 임단협 난항

2019년 파업 이후 노사는 곧바로 임단협에 들어갔으나 법인분할 농성으로 인한 갈등이 아물지 않은 상태였다. 이로 인해 해를 넘겨서도 협상에 진전이 없자 노사는 2020년 협상까지 묶어 2년치 임단협을 진행됐다.

여전히 쟁점은 법인분할 과정에서 발생한 노사의 각종 소송이었다. 지루한 협상 속에서 또 다시 해를 넘겨 올해 2월 5일에서야 첫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첫 잠정합의안은 2019년 임금 4만6,000원 인상, 2020년 기본급 동결, 성과금과 격려금 지급 등을 담았으며, 특히 법인분할 과정에서 발생한 노사의 각종 소송 취하 등을 합의안에 넣었다. 하지만 이 안은 노조의 찬반투표에서 부결됐다.

핵심 쟁점이었던 해고자와 징계자 문제가 합의됐지만, 임금 부문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부터 크게 늘어난 수주로 조합원들의 기대치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노사 대표는 다시 협상을 벌여 4월 2일 2차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2차 잠정합의안은 1차 잠정합의안에 ‘조선산업 발전을 위한 특별격려금’ 20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이 추가됐다. 하지만 또 다시 부결됐다.

조경근 현대중공업 지부장이 지난 6일 울산본사 판넬공장 앞 턴오버 크레인에 올라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중공업노동조합조경근 현대중공업 지부장이 지난 6일 울산본사 판넬공장 앞 턴오버 크레인에 올라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중공업노동조합



◇파업 및 크레인 점거 농성으로 사태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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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잠정합의안 마련을 위한 임단협이 난항을 겪자 노조는 지난 6일부터 파업과 함께 크레인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전체 조합원 7,000여명 중 800여명(노조 측 주장)이 파업에 참여했다. 현대중공업은 통상 파업이 일어나더라도 비조합원과 협력업체 직원,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조합원을 중심으로 작업을 이어간다. 실제 파업 효과가 미미하다.

하지만 이번은 상황이 다르다. 턴오버 크레인은 선박 구조물을 뒤집는 크레인으로 주요 공정에 속한다. 공정흐름이 막히면서 전체 작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노조는 “회사는 지난 4월 2일 2차 잠정합의안 부결 이후, 3개월 동안 아무런 안을 제시하지 않고 버티면서 노동조합이 투쟁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고 화살을 회사로 돌렸다.

반면 회사는 “최근 노사는 대다수가 원하는 임단협의 조속한 마무리를 위해 교섭을 재개하고, 어느 정도 방향을 잡아가고 있었다”며 “그런데 노조는 교섭이 진척되고 있는 와중에 느닷없이 불법 점거에 들어갔다”고 집행부에 책임을 물었다.

회사는 노조를 상대로 지난 7일 울산지방법원에 퇴거단행 및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또 크레인에 올라 있는 조경근 지부장 등을 업무방해죄로 울산동부경찰서에 고발했다. 크레인 점거와 물류 방해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하기로 했다.

2019년 법인분할 과정에서 발생한 소송은 최근 합의를 통해 취하하기로 했지만, 새 현안문제가 발생한 셈이다.

회사의 강경 방침에 노조는 9일까지 예정됐던 파업을 16일까지 늘렸다. 크레인 점거 농성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회사측이 노동조합의 파업중단을 위해 교섭에 나서서 안을 제시하면 될 일인데 교섭에 나서기는커녕 노조간부에 대한 형사고발 등 법적인 조치로 압박하는 등 오히려 해결하기 힘든 과정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회사는 “강성 지지층을 위식한 보여주기식 투쟁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마무리를 위해 입장 차를 좁히고 대화를 진전시키는데 힘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하며 업무 복귀를 요청했다.

다만, 노사는 모두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 가능성은 열어뒀다.

한영석 사장은 9일 담화문을 통해 “앞으로 임금은 기본급 위주로 체계를 바꾸고, 이익을 낸 만큼의 보상을 반드시 실시하겠다”며 유화책을 내 놓았다.

울산=장지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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